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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Jan 06. 2019

진정성이라는 세 글자   

Don't be serious, be SINCERE 

Don't be serious, be sincere. 



영화 <세 얼간이>의 작가 Chetan Bhagat이 그의 책 <Revolution 2020: Love, Corruption, Ambition>에서 언급한 문장이다. 


진지해지지 말고, 진실해지라는 이 말은 마케팅을 할 때도 꼭 기억해야 할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더 이상 광고를 보지 않는다. 광고를 믿지 않은 지는 더 오래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브랜드는 계속해서 광고를 한다. 바뀐 건 '어디에 광고를 하는가'일 뿐이다. 예전엔 공중파 TV광고 프라임 시간대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했지만 이젠 어떤 타깃에게 어떤 제품을 광고할 것인가에 따라 선택하는 채널이 정말 다양해졌다. TV광고만이 답이던 시절은 진즉에 끝나버린 것이다. 


늘 '어디에 광고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나 역시, 넘쳐나는 미디어들 사이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놓고 골머리를 앓기 일쑤다. 그러다 문득,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왜 광고를 믿지 않게 되었을까? 


믿었던 광고가 '과장광고'이자 '허위광고'라는 사실일 밝혀진 이후의 배신감. 팬심으로 팔로우했던 셀렙의 피드에 올라온 뷰티 제품이 알고 보니 기업의 대가를 받고 작성된 광고물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황당함... 그 기분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소비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제 인스타그램에 협찬받은 제품의 게시글을 올릴 때는 #광고 #유료광고 #AD 등의 해시태그를 반드시 달아야 한다고 한다.) 


물론 소비자의 불신이 억울한, 진심 가득한 광고들도 세상엔 많이 존재한다. 그들은 반대로 '소비자들은 왜 우리 맘을 몰라줄까?' 하고 답답해할지도 모르겠다.


파타고니아는 몇 해 전 블랙프라이데이 때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광고를 실었고, 그 광고로 인해 브랜드 인지도를 엄청나게 높였다. 만약 파타고니아가 환경보호나 리싸이클링에 앞장서지 않은 채로 그런 광고만 했다면? 아마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을 것이다. 파타고니아라는 기업의 진실된 철학이 창업 이후로 계속 지켜져 왔기 때문에 그런 장난스러운 광고 카피가 소비자들의 마음에 진실되게 와 닿았음이 분명하다. 


한편, 광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들의 진심을 보여주려는 브랜드들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멀티숍을 통해 진출해있는 운동화 브랜드 ‘베자’(Veja). 이 브랜드는 친환경 유기농 소재 제조와 공정무역에 집중하기 위해 광고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2004년 창립 이후 2017년까지 전 세계 40개국 1500여 개 매장에서 28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며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광고를 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다면 솔직히 '광고를 좀 더 해서 매출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올려볼까?' 하는 마음도 생길 텐데, 이들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베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 브랜드의 창립자 세바스티앵 콥과 프랑수와 지슬랭의 '목소리'로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와 브랜드의 철학을 프랑스어와 영어로 들을 수 있다. 솔직히 이 페이지에 들어가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와 얘네 진짜구나'싶었다. 웬만한 광고보다 더 멋진 브랜드 광고가 아닐 수 없다. 

*Veja 홈페이지: https://www.veja-store.com/


 

창립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번역되어 흐르는 그들의 메시지. 


물론 베자의 철학만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기업과 브랜드는 각자 창립 배경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기업이나 브랜드의 규모가 클수록 광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브랜드의 규모에 걸맞은 멋진 진정성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지울 수는 없다. 스타벅스가 빨대가 필요 없는 아이스 컵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전 세계를 이끄는 커피 브랜드다운 책임감 넘치는 행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인 나 역시, 늘 소비자에게 진심을 다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브랜드의 인기가 더 높아질수록 그 마음이 왜곡되기 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팬이 많아질수록 안티도 많아진다는 게 어떤 건지 체감하는 요즘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꼭 파타고니아나 베자, 스타벅스처럼 환경에만 포커스 하지 않아도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진정성'이 있느냐일 것이다.


Don't be Serious라는 말이 나왔을 때, 그다음 말은 당연히 Be humorous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Chetan Bhagat 덕분에 놓치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유머러스함 보다 진.정.성 바로 이 세 글자다. 2019년 새해, 모든 브랜드 광고 담당자와 마케터들의 마음속에 이 세 글자가 짙게 박혀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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