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짜내거나, 흘러나오거나

by 우현수

흘러나온 아이디어, 쥐어짜낸 아이디어(이상. '흘아', '짜아')중에 어떤게 더 나을까?


둘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될 순 있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흘러 나온 아이디어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왔다. 뛰어난 아이디어에는 세상을 놀라게 할만큼의 힘이 있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가진 자연스러움과 긍정적인 에너지는 부족하다. 이건 아이디어 생산 과정에서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다. 잘 안 나오는데 머리를 쥐어 짜서 나온 ‘짜아'에선 짠내가 나고, 생각들이 출렁이다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흘아’에선 기분좋은 향기가 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인위적이고 조작된 인상을 한 ‘짜아’는 쉽게 정이 안가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치밀하고 단단하게 완성된 모습은 무척 믿음직스럽다. ‘흘아’는 일정한 형태를 갖추기 전까지는 예정없이 기다려야 한다. 부드럽고 유연하며 다루기도 쉽지만, 그런 막연함을 이겨낼만한 여유를 가져야 찾아 온다. 목적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짜아'는 성격이 급한 아이라, 짧은 시간에 명확한 결과를 봐야 직성이 풀린다. 행동파고 속도전에 강하며, 목적지향적이다. '흘아'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충분히 채워져야 한다는 걸 아는 아이다. 채움에는 반드시 단계가 필요하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사색적이고 가치중심적이며, 과정을 중시한다. 기다림에 익숙한 아이다.



그러고 보면 두 친구가 나오는 배경도 좀 다른 것 같다. ‘짜아’가 릴레이 회의로 입김으로 가득한 회의실에서, 짖물린 엉덩이 아래 의자에서 나오지만, '흘아’는 사과나무 밑에서, 욕조 안에 나오기도 한다. 배경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내가(i) 애정하는(dear) 아이디어(idea)는 ‘흘아’다. 오늘도 차곡 차곡 채우면서 그 아이를 맞을 준비를 한다. 지나치면 또 금방 기화되어 공기중으로 날아가 버릴 자유로운 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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