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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Aug 22. 2018

[BRIK] 회사 영문 전용서체 개발 프로젝트


작은 회사에서 전용서체가 왜 필요해 ?!


디자이너들의 꿈은 대부분 비슷한 것 같다. 카페같은 스튜디오를 차리고, 자신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디자인이 인정받고,,,거기에 적당한 수입도 얻으면서 자기만의 취미생활을 하는 꿈. 내 꿈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디자인과 브랜딩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뒤로, 앞서 말한 그런 일들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걸 금방 알게 되었다. 그럼 당장이라도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는 없을까? 변변한 포트폴리오도 없는데, 어떤 걸로 우리 회사를 알릴 수 있을까? 서체 어떨까? 서체에 우리 회사가 꿈꾸는 비전과 철학을 담아내면 어떨까? 그런 서체를 짓는 일이 카페같은 사무실을 만드는 일보다 멋진일 아닐까 ? 그래 당장 이룰 수 있는 꿈부터 시작하자 !


서체 개발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물론 브릭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데 서체만한 것도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디자인의 거의 모든 요소에는 서체가 들어가기 마련이고, 때론 그게 주제가 되는 일도 흔한 일이니까. 한 때는 서체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욱 신이 났다.


의미  담아내기
이미지 모티브 찾기


출발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서체를 그려내는 작업은 사실 브랜드 작업에 있어 기본이고 익숙한 것들이라서 처음에는 진도가 쉽게 나갔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그려낸 걸 서체라는 시스템으로 구현해 내는 문제는 또 달랐다. 첫번째 벽이었다. 서체는 한개의 문자형 로고로 끝나는 게 아니다. 어떤 구체적인 표현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선과 면을 통해 어떤 느낌을 만들어 내는 추상의 작업이라는 점은 더욱 어려운 점이었다. 구상적인 것들이야 어떻게든 그려내면 되지만, 추상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그려내야 하는지 막막했다. 추상적인 심벌 디자인과는 또 다른 얘기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서체는 가독이라는 기본 요소를 생각해야 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전문 타이포그라퍼나 서체 디자이너도 아닐뿐더러, 제대로된 컬리큘럼으로 서체에 대해 배워 본적이 없는 나로써는 더더욱 그랬다. 이제와서 서체 관련 서적을 들쳐보기에는 과정이 험난해 보였다. 결국 차선으로 선택한 방법은 기존의 서체 중에 내가 머리 속에 그리고 있던 서체를 찾는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구글은 스타일 별로 800여개의 서체를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게 구글폰트(https://fonts.google.com)라는 사이트를 열어 놓고 있다. 그 중 BRIK 서체의 뼈대로 가장 좋을 만한 서체를 찾았다. Vernon Adams가 디자인한 Monda라는 서체가 가장 적합해 보였다. 그대로 써도 크게 손색이 없는 서체였다. 다만 내가 상상했던 브릭의 서체는 좀 더 무게감 있고 안정적이면서도 단호함을 가져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이미지가 보완되는 서체를 찾아야 했다.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Ray Larabie가 디자인한 Milibus의 구조적인 느낌을 차용한다면 내가 상상했던 서체 이미지에 더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서체를 디자인 하는 일은 만지면 만질수록 하면 할수록 생각할 것도 많고 제약도 많았다.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동안 브랜드 디자인할 때마다 조금씩 로고타입을 만져봤던 경험과 감각만으로는 밑천이 금방 드러났다. 전문 서체 디자이너에게 이 서체를 보여주는게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분들이 보면 이게 얼마나 어설퍼 보일까? 다음에 할 때는 감각에만 의지하지 말고, 제대로된 이론을 어느 정도 배운 뒤에 디자인해야하겠다.


더 무게감 있고 더 탄탄하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황금비율 찾기


브릭 서체의 핵심은 브릭 서체만의 '황금비율'을 찾는데 있었다.

‘날씬하지도 통통하지도 않게 평범하게’, ‘약간 넓직한 듯하게' 같은 다소 애매하지만 꼭 필요한 요건을 찾아내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 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런 비율이여야만 브릭 서체의 컨셉인 잘 쌓이고, 잘 세워지고, 잘 연결되는 서체가 되기 때문이었다. 비율 찾기가 음식의 간을 맞추는 일만큼이나 쉽지는 않았다. 어떤 날은 좋아 보였던 비율이 또 어떤 날은 별로였다. 마치 내 기분에 따라 변하는 느낌이었다. 그 비율들 중에 계속봐도 눈에 별로 거슬리지 않는 비율을 골랐다. 이럴 경우 좋은 비율을 딱 골라내는 것보단 오히려 눈에 거슬리는 비율들을 제외시키는 방법이 더 나았다.


바탕색 위에서도 잘 보이게


차곡 차곡 잘 쌓이게
적당하게 평평한 비율은 블럭화된 그래픽에 유리하다
3가지 두께로 적용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바탕이 있는 경우에 쓰였을 때를 신중하게 고려했다. 이는 나중에 블럭화된 이미지로 구현되는 경우를 염두해 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경 위에서도 뭉치지 않고 가독이 잘 되게 글자 속의 공간을 균형있게 확보해야 했다. 더구나 3가지의 두께로 만들겠다는 욕심 때문에 두께별 글자의 속공간까지 생각해야했다. 이 부분과 서체를 설치 파일 형태로 변환하는 작업은 전문 서체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았다. 혼자서 폰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끙끙대고 만들어 봤지만, 썩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개발된 브릭서체의 특징은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개성있는 삐침

'I', 'J', '1', '2' 처럼 자형의 특성으로 가독이 어려운 글자는 삐침을 강조해 개성있고 가독이 쉽게 만들었다. 특히 'I'의 경우는 세리프 서체의 특징에서 차용한 삐침으로 인해 현대적인 조형성 안에서도 전통적인 감성이 묻어날 수 있었다.


시원하게 뻗은 사선

'K','Q','X','Y'등의 사선의 라인이 들어가는 구조를 가진 알파벳에서는 형태의 변형 없이 곧게 뻗어 가게 두었다. 이러한 점들이 서체가 대체로 묵직해보이지만 때론 날렵해 보이는 기분을 줄 수가 있었다.


완만한 곡선

'D', 'O', 'S' 처럼 곡선 중심의 알파벳에서는 급격한 커브를 가진 곡선이 아니라, 곡선의 느낌과 직선의 느낌이 교차하는 약간의 각을 가진 곡선으로 표현했다.이는 글자를 전체적으로 평평하고 안정감있게 느껴지는 요소이며, 이 서체가 참고했던 서체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장 한장, 차곡 차곡


모든 일들이 결국은 결과로 말하지만, 알고보면 과정이 결과를 만들어낸다. 브릭이라는 이름도 브릭 서체도 그러한 과정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브랜딩과 디자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장 한장, 차곡 차곡 고객들의 인식 속에 브랜드의 가치를 쌓아가는 일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그 인식의 성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리 없다. 출발은 언제나 벽돌 한장을 얻는 일부터다. 우리만의 서체를 만드는 일이 나는 그 일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장 한장 차곡 차곡, 한걸음 한걸음 차근 차근 해나가면 뭐든 되지 않을까? 길고 길었던 서체 만들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한 생각이다.






[ BRIK ]  Font Download

위 서체 제작 스토리의 주인공인 BRIK Font(Light, Regular, Bold)의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제한없이 마음껏 사용하실 수 있지만, 공유 또는 사용 시에 출처를 남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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