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생각

팥칼국수와 여름밤

기억을 먹을 때가 있다

by 우현수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기억을 먹을 때가 있다. 팥칼국수를 먹을 때면 자꾸 목이 메인다. 아직도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기억들이 목에 걸려서다.

유년시절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에 가면 할머니께서는 큰 솥에 한가득 팥칼국수를 끓이셨다. 어린 입맛에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고 좀 텁텁했는데, 설탕 반 팥 반의 비율이되면 세그릇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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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칼국수를 먹고 마당 평상에 누워 있으면 짠내가 묻어나는 갯바람이 살랑 살랑 불었다. 풀벌레 소리와 동네 개 짖는 소리는 화음을 만들었고 하늘에는 반딧불이인지 별똥별인지 모를 작은 불빛들이 금새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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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팥칼국수는 그런 기억이 담긴 특별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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