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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생각

종유석과 퇴적층

by 우현수

쌓여서 좁고 단단해지는 사람이 있고,
쌓여서 넓고 평평해지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앞 사람은 종유석이다.
무수한 세월동안 동굴 속에서 단련된 몸은
맨들맨들 반짝인다. 뾰쪽한 이마를 내밀며
깊이와 높이를 말한다.

뒷 사람은 퇴적층이다.
드넓은 평야처럼 누워 있다.
세상 어떤 것이라도 품을 것 같다.
이제 막 이불 속에서 나온듯 말간 표정으로
넓이와 폭을 얘기하자고 한다.

나만 생각한다면 종유석이 되는게 맞고
모두를 위한다면 퇴적층이 되는게 맞는데

아무래도 난
퇴적층을 아래 깔고 솟은
종유석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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