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은퇴하시고
제일 속상했던 게.
화장대에서 아버지의 화장품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있긴한데 이름도 모를 브랜드거나
어머니걸 같이 쓰시는 것 같은
흔적이 보였다.
속상했다.
사실 예전 재직하실 때도 그러셨을 수도 있는데,
그 땐 전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던 것들이다.
은퇴하신 뒤에 그 상황을 마주하니
여러가지 짠한 생각들만 한꺼번에 밀려왔다.
‘ 화장품이 얼마나 한다고,,,,,,'
지난 주에 우연히 홈쇼핑을 보다가
남성화장품을 구매했다.
내 손으로 홈쇼핑을 결재해보기는 처음이다.
마침 스킨이 떨어져서 사려고 했는데,
3세트나 준다고 해서 바로 주문을 했다.
어제 상품을 받고 3개의 상자를 보니
예전 마음이 짠해지게 했던
아버지의 화장품들이 떠올랐다.
오늘 아침에는 우체국에 들렀다.
화장품을 나눠서
한상자는 아버지께
다른 한상자는 장인께 보내드렸다.
좋아하실 선물일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너무 뿌듯해하며 문을 나섰다.
적어도 이번 2018년 겨울 동안은
세 남자에게서 비슷한 향이 날 것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