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시작했다를 읽고
정리.
이 하나의 단어로 책을 쓴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들로 이 한권을 채울 수 있을까?
누구나 아는 단어이자 일상어인 ‘정리’라는 키워드로 책까지 쓴 필자가 궁금해졌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리컨설턴트’라는 타이틀로 사업까지 한다고 하니 더 눈길이 갔다.
나는 정리라고 하면 차곡차곡 잘 쌓고
가지런히 잘 놓는 일을 생각했는데,
필자가 말하는 ‘정리'란 그러한 단순 수납과 배열은 아니었다.
할 일의 우선순위를 잘 결정하는 일이었고,
내게 필요없는 것들을 골라내는 일이었고,
내 생활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일이었다.
정리해야할 대상은 물건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이고 생각이라고 한다.
그 방법과 노하우에 대해서 예시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디자인을 정의하는 말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다.
'디자인은 의미있는 질서를 만드는 행위이다.’라는
빅터 파파넥의 말이다.
처음 이 말은 듣고 머리 속이 개운해 지는 기분이었다.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듣다보면 더 어려워지고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말은 내 머리 속에도 질서를 만들어 주었다.
의미만 있으면, 정말 의미가 없지 않은가.
의미에 질서가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그 질서를 만드는 일이 곧 디자인이다.
질서를 정리라는 말로 바꿔도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정리의 개념과 디자인 프로세스와 사고방식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에는 정리 선수들이 많았다.
그들의 책상은 언제나 잘 짜여진 그리드처럼 딱딱 맞는 배열을 하고 있었고,
컴퓨터의 폴더는 누가봐도 알기쉽고 명확하게 줄을 서 있었다.
때론 작업물 조차도 빈틈이 없을 정도의 균형감과 조형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그들만의 정리 비법이 디자인을 잘하게 만드는 힘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두세시간동안 머리 속이 잘 정리된 기분이다.
해를 마감하고 정리하는 이 시점에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리뷰브릭
#한해정리 #기승전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