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을 부리다, 멋이 사라졌다.

by 우현수
백화점에서 받은 향수 전단

지난 주말에 백화점 갔다가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받은 전단입니다. 불가리 남자 모델처럼 잘생기고 훤칠한 미남이 주시길래 같은 남자지만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받게됐습니다. 그런데 보자마자 미간이 찌푸려지더군요.


'A' 사이 짝대기*가 사라져서입니다. (그 짝대기를 타이포그라피 용어로는 크로스바라고 합니다.)


'멋부린다고 짝대기를 뺐는데,

멋의 심지가 사라지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직선의 요소 하나 때문에 완성도 있게 잘 만들어진

서체의 균형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햇병아리 디자이너일 때

정말 많이 즐겨 했던 짓거리?입니다.

지금도 간혹 그 유혹을 견디기가 힘들 때도 많이 있구요.

서체가 그냥 그 형태를 유지하는 꼴을 못보고

어떻게든 지우거나, 붙이거나, 깍거나 해서

내 껄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거죠.


이런 시각물들을 볼 때마다 그 시절의 제가 떠올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물론 'A'사이의 짝대기를 버렸다고 무조건 나쁜 선택이라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이 별로지만 그나마 봐줄만한 사례도 있긴한데요. 당장 생각나는 건 삼성 워드마크의 'A'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삼성의 워드마크




불가리맨과 삼성 로고타입의 'A' 비교



이 마크가 위의 불가리 타입과는 다르게 A의 짝대기*를 버려도 크게 나쁘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A의 폭이 좁고 키가 큰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일 겁니다. 짝대기가 빠져도 그 공간이 좁아 티가 잘 나지 않는거죠. 그냥 뒀을 때 오히려 답답해 보이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런데 불가리맨의 'A'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폭이 넓은 글자입니다. 이러한 글자의 특징은 짝대기가 사라졌을 때 더 티가 나고 더 불균형해 보이게 합니다.


왜 저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 들수 밖에는 없습니다.


'MAN'이라는 대명사가 너무 평범한 뜻이라서

시각적으로라도 뭔가 포인트를 주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직선으로만 이루어져서 너무 심심해 보여서였을까요? 아무튼 그 밋밋함이 제작자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모름지기 명품 브랜드라고 하면 꾸미거나 티를 확 내지 않아도, 자신만의 향기가 폴폴 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자도 있는 그래도의 향기를 풍길 수 있게 말이죠.


디자인은 대체로 '덜어내기'가 정답이지만,

때론 '그냥두기'도 정답일 때가 꽤 많거든요.


| 글 : Briker 우현수




[ 네이버블로그 ]

https://m.blog.naver.com/brandingbrik/221635411040




[ 본문 용어 설명 ]


* 짝대기 : 타이포그라피 용어로 크로스바(Crossbar)로

A, H같이 양쪽을 이어주거나 F나 t와 같이 수직획을 위 아래로 나누는 선을 말합니다. 아래 그림의 'H'를 보시면 금방 이해가 가실 거예요.


출처 : http://yoon-talk.tistory.com/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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