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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생각

음식 맛의 디폴트 값

by 우현수

고기 본연의 맛을 위해

소금은 절대 뿌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뭔가 밋밋한데

그게 그냥 고기 맛이겠거니 생각하며 먹었다.


어느 날은 유명 쉐프의 스테이크 레시피를 봤더니

생각보다 많은 한움쿰의 소금이 들어가는 걸 봤다.

따라해보니 이 전에 맛 볼 수 없었던

천상의 맛이었다.

고기를 구울 때마다 소금을 왕창 넣었다.

고기 본연의 감칠맛과 고소한 맛이

오히려 살아났다.



‘ 쉐프의 비법이 소금이이었구나 ‘


국물요리를 할 땐

소금과 간장은 왠만하면 안 넣을려고 했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짠맛은 멸치나 다시마로도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밍밍한데 그 게 좋은 국물 맛의 본보기라고 위안을 삼았다.


명절 때 어머니께서 음식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유심히 지켜봤다.

요리 중에 싱크대 서랍에서 커피믹스처럼

보이는 작은 봉지를 꺼내셨다. 소고기 다시다였다.

티스푼으로 정교하게 계량하시더니

이내 나물요리의 육수에 넣으셨다.

풀맛나던 나물들에 감칠맛이 확 돌았다.



‘어머니 손맛의 비법이 다시다였구나 '



점심에 삼계탕을 먹었다.

여름에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먹어줘야하는 음식이다.

올 겨울에는 첫 삼계탕이다.


평소같으면

후추와 소금이 놓여 있는 양념통에

시선을 두지도 않았을 텐데

오늘은 소금과 후추를 듬뿍 넣었다.


‘ 이왕 먹을 거 맛있게 먹자 ! ’


같은 식당의 삼계탕을 먹는데

이전에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음식 맛은 디폴트가 제일 낫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오늘 완벽하게 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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