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일기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필 때가 있다.
나를 좀 칭찬해 달라는 신호다.
신발을 혼자 신었을 때,
장남감 정리를 혼자했을 때,
책에 있는 글자를 읽었을 때,
보통 뭔가를 혼자 해냈을 때
그렇다.
처음에는 무조건 영혼없는
과한 리액션으로 받아줬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마음에 없는 얘길 계속 하는 건 피곤한 일이었다.
아무리 내 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아마 아이도 아빠의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칭찬이 달가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반응의 등급을 나눠서 칭찬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게 더 적극적으로 칭찬하는 방법이고,
내 감정에도 더 솔직해지는 일이니까.
대략 이렇게 반응해 보기로 했다.
그냥 평범한 일이라면,
약간 미소 정도로 ‘잘했네’라고 하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잘해냈다면,
밝게 웃으며 ‘우와~ 잘했네’라고 하고,
내가 생각해도 놀랄 정도라면,
눈을 크게 뜨고 ‘우~~와 ! 최고다’라고.
표정과 메세지에 차이를 두는 것이다.
이런 반응의 차이를 두는 것이
사실 아이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줄진 잘 모르겠다.
다만 내 정신 건강과 감정표현에 있어서는 분명 좋은 일인 것 같다. 무뚝뚝한 사십대의 아저씨가 아이들 앞이 아니면 이런 미세하고 더 세련된 감정표현을 생각할 수나 있을까. 어디 가서 이런 낯 간지러운 표현을 할 수가 있을까.
엄마에게 하는 건 연애때부터 이미 글렀으니 아이들이 이제 두번째 시험대상이 된 것이다.
환영한다. 얘들아 !
아빠의 감정표현 실험실에 온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