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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Aug 05. 2019

네살 여섯살 아이들과 보낸 짧고 긴방학

아빠성장기

지난 주는 어린이집 방학기간이라서

세살 여섯살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아내는 휴가를 하루 밖에 못내는 상황이었고

양가 부모님들껜 폐를 끼치기가 죄송스러워

자의 반 타의 반 혼자서 아이들과 온 종일 함께 하게됐다.

 

아빠 어디(놀러)가?는 아니고

아빠랑 (집에서) 뭐할까?정도라면 맞겠다.


그래도 작년 아이들이 두살 다섯살 때 방학 때보단

덜 부담스러웠다.

어떻게든 시간은 지나간다는 걸

그 때 알았으니까.


시원한 물놀이장에서 하루 종일 보내면 정말 좋겠지만,

그 곳까지 혼자서 둘을 데려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더구나 폭염이라 야외활동은 꿈도 못 꿀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집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야말로 우리집이 네살 여섯살 아이들의 어린이집으로

바껴야 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금새 지나갔다.


그림도 그렸다가

장난감 놀이도 했다가

밥먹고 설겆이 하고

책도 봤다가 영화도 봤다가


울다가 웃었다가

달래다가 화냈다가

싸웠다가 화해했다가

하루만에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느끼고


퍼즐도 맞춰보고

물놀이도 하다가

낮잠도 자고 보니


어느새 고대하던 엄마의 퇴근시간이었다.


[ 여섯살 딸아이의 그림 ] 동생과 아빠와 자기를 강아지로 생각하고 집에서 노는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현관문 번호 4자리를 다 누르기도 전에

네살 막내가 뛰어나갔다.

아빠와 함께 있는 것도 좋지만

사실 아이 머리 속엔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어린이집에서도 날마나 그러겠지 싶어

마음이 좀 짠했다.


나 또한 평소에도 아내가 참 반갑지만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있나 !


내 아이들 돌보기도 이리 힘든데

남의 아이들 대여섯을 맡아야하는

어린이집 선생님은 얼마나 힘들까?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봐야 엄마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평소엔 아이들 재우고 한두시에나

잠을 청하는 편인데,

지난 주에는 체력이 방전되어 열시도 안되는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꿈나라로 갔다.

덕분에 피부가 좀 좋아진 것 같긴하다.


아마도 아이들은 클수록

친구들을 먼저 찾아갈 것이다.

아빠랑 함께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 거고.

이렇게 온전히 하루를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힘들었지만

정말 좋은 기회였고 보람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그치만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하는 월요일의 발걸음은

뿌듯함을 넘어 하늘 위로 동동

떠 오를까.


입꼬리가 아이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종일 주체할 수 없이 올라가 있다.


' 애들아 미안하지만 아빠의 마음이 오늘만은 그렇단다.

너무 서운해 하지 말그라. '


얼마남지 않은 여름도 우리 건강하게 보내보자고 !

사랑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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