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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Sep 10. 2019

쓰러지지 않는 이상,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

사장의 마음

회사 근처에 자주 가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두시가 가까워 갔더니 사람들이 다 빠졌더군요.

혼자 식사를 하는데,

식사재를 납품하시는 아저씨께서 들어오십니다.

주방 이모님 두분께서 드시고 계시던 튀김을 권하시네요.

세분이 둘러 앉아 자연스레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이모님 1 : 여기 튀김 좀 드시고 가세요 ~

|  아저씨 : 아, 감사합니다. 마침 출출했는데...

|  아저씨 : 근데 낼 모레 추석인데 어떻게 하세요?

| 이모님 2: 저희 당일날만 쉬고, 사장님은 당일도 나오세요. (사장님은 잠시 자리를 비운신 듯)


| 아저씨 : 손님도 없을텐데 좀 쉬시지,,,

| 이모님 1 :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그렇게 말려도 꼭 나오시겠다네요.

그러고 보니 뭐 해마다 그래왔어요.

고집이 보통이 아니세요.


| 아저씨 : 아 그래요? 다 비슷하시네요. ㅎㅎ

제가 보니까 사장님들이 쉬실 때는

몸이 망가져서 들어 누워야 안 나오시더라구요.

돈 잘 벌어서 쉰다는 사장은 이십년 넘게 일했는데

본적이 없네요.


| 이모님 1,2 :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러게요. 참



‘쓰러지지 않는 이상,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것’


써 놓고 보니 참 비장한 말이네요.

.

.

.


위 대화까지만 듣고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식당 바로 앞에 식자재 납품트럭이 서 있었습니다.

계란이며 각종 채소들이 차곡차곡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이 각이 잡혀 쌓여 있었습니다. 저희집 옷장보다 더 깨끗하고 단정하게 말이죠. 그 걸 보니 분명 그 식자재 납품 아저씨도 ‘사장’님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배달직원인데 사람들이 잘 보지도 않는 물건에까지 칼각을 잡고 다닐리없을테니까요. 사실 식품에서 각이 뭐가 중요한가요. 품질과 신선도가 중요하지.


근데 저는

’혹시라도 손님이 오시지는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추석당일까지도 출근하신다는

식당 사장님의 심정이


‘혹시라도 야채들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신선도를 의심하지는 않을까’.

식자재 납품 사장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혹시나 하고 염려하는 마음은 손님, 거래처 때문이겠죠.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사장님들이 그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는 건 꼭 돈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를 찾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마음,

그들에게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클 것입니다.

돈이 아니라 사람때문예요.


이 마음은 꼭 사장이 아니라도

가장으로서 반장으로서 어떤 조직의 수장이라면

아니 내 자신의 주인장으로서도

느낄 수 있는 마음일겁니다.


이 세상 모든 사장님들 !

이번 추석에는 그런 혹시나 하는 마음 잠시

접어두시고 하루만이라도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가올 가을, 겨울 힘내서

열심히 일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럼 모두 풍성하고 행복 가득한 한가위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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