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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Feb 05. 2020

한과의 발견

씽킹브릭

최근 강릉 쪽 한과 브랜드 작업을 하면서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한과를 만드는 과정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게
드럼통만한 기름 위에 반죽을 튀겨내는 일입니다.
그런 후에 조청을 바르고 그 위에 다양한 곡물을 묻혀서
마무리를 하죠. 튀기는데는 정말 많은 기름이 들어가더라구요.
이걸 6대째 150년간 하고 있다고 하니,
이 곳은 예전부터 식용 기름을 안정적으로 싸게
공급할 수 있었던 곳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우리 전통 음식에서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튀겨내는
음식이 있을까 싶은 정도였는데요. 특히 제가 자란 남도 음식에서는
전이나 김부각 정도를 빼면 튀겨 먹던 음식이 잘 기억나질 않거든요.
식용 기름의 쓰임은 나물의 풍미를 위해 살짝 묻혀내는 정도지,
그 귀한 걸 들이 부어 튀김 요리를 할 생각은 조상님 때부터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가까운 중국은 탕수육, 일본은 덴뿌라 정도가 금방 생각납니다.
그런데 우리 음식 중에는 뭐가 있을까요? 저는 빈대떡 정도가 떠오르네요.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만드는 걸 보니 이건 전이 아니라
거의 튀기는 수준이더라구요. 빈대떡 절반이 기름에 잠길 정도로요.


최근 몇년 사이에야 유명해지긴했지만 강릉 바로 위 속초의 닭강정도
생각해 보면 강원도 지방에서 기름을 쓸 줄 아셨던 그 지역의 선조들의 노하우가 잘 전수됐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건 정말 저의 뇌피셜이지만, 맛에서 품질에서 독보적인 저도 가장 좋아하는 1위 치킨 교촌치킨도 구미에서 생겼다고 하는데요. 그 곳도 바로 강원도에 접해 있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산으로 둘러싸인 환경때문에 밭농사를 통해 콩이나 깨등의
식용 기름을 공급하기가 훨씬 수월했고 결국 튀기는 음식과 기술이 발달해 나가지 않았을까요. 기름이 풍부하니 남부지방에서는 잔치에만 붙였던 전을 감자전, 녹두전 등도 쉽게 즐겼을 것으로도 유추해봅니다.


그러고 보니 콩으로 만든 음식하면 두부를 빼 놓을 수 없잖아요.
두부하면 또 강릉 아니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의식의 흐름을 따라 생각하다 보니
경포대 앞 동화가든의
불맛나고 매콤한 짬뽕맛 순두부가
너무 너무 너무 먹고싶네요.


#씽킹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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