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아이디어 발전소 No.2
안녕하세요. 브릭의 기획자이자 디자이너이자
이런 저런 잡다한 일들과 생각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는 우현수 실장입니다.
첫번째 주제였던 ‘스프’에 이어 창업 아이디어 발전소의 두번째 이야기는 파티션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이 지금 사무실에 계신다면
그 공간에 파티션이 있나요 ?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
아마도 대부분은 잠시 뒤에서 이야기할 이미지의 파티션이 아닐까 짐작이 듭니다.
한동안은 개방형 사무실을 지향하는 폼나는 스타트업들의 영향인지 커뮤니케이션의 장벽으로 여겨지는 파티션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향을 살펴보면 파티션이 오히려 업무를 집중할 수 있고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해 오피스 라이프에 더 큰 만족을 준다는 생각이 더 설득력을 얻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보면서 제가 3년 전에 생각했던 파티션 사업 구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 때 저는 생애 3번째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첫번째 두번째도 그랬고 세번째도 브랜딩 에이전시였는데요. 중부권 브랜딩회사로는 가장 규모도 있고 실력있는 회사였습니다. 회사 대표님께서는 그 때를 기점으로 서울 사무소를 설립해 브랜딩팀을 더욱 조직화하고 키워보자는 열망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저 또한 작은 조직이라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 열정이 통했는지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조그마한 원룸에서 시작해 40평대의 단독 사무실까지 옮기게 됐었죠. 불과 3년만의 일이었죠.
그런데 그렇게 사무실을 옮길 때마다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요.
그게 바로 파티션이었습니다.
업무의 집중도를 위해 파티션을 설치하면 좋겠는데,
검색을 해보니 모두 비슷 비슷한 소재와 디자인 밖에 없었어요. 디자인 회사이다 보니 사무실의 미관도 상당히 신경이 쓰였어요. 그것도 공간 여기저기 놓일 파티션이 사무실 공간에 미치는 영향도 차지하는 상당했죠. 그런데 아누리 검색을 해도 가격도 모양새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나오질 않더라구요. 결국은 파티션 구입은 포기하고 차라리 깔끔하고 단순한 느낌의 블라인드를 설치해 파티션을 대신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 생각이 ‘아, 이거 디자인 괜찮고 가격대도 합리적인 파티션만 나오면 강남 골목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같은 디자인에이전시들이 너도 나도 살 것 같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티션에다가 전선도 연결해서 충전도하고, 옷걸이로도 쓸 수 있고 작은 선반을 달아서 디스플레이 요소로 쓸 수 있게 하면 더 좋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 당시 저에게 필요한 파티션은 사실 그 정도도 아니고 딱 사무공간의 분위기를 헤치치 않으면서 딱 기본 역할만 해주는 파티션이라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검색해도 그 정도의 파티션이 하나도 없다니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죠.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 디자이너들이 적어도
수만명은 될건데 ?라는 생각과 함께 이 거 만들기만 하면 정말 대박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때 생각만 하고 있다가,
2년 후 독립을 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한번 살펴 볼까요?
브랜드 이름은 즉흥적으로 지은 건데요.
FARTI 라고 지었습니다.
우리 발음으로는 '파티' .
파티션을 줄여 '파티'라고 했는데,
공간을 절묘하고 아름답게 나누면
그 또한 아름다움의 파티를 여는 기분이 아닐까란 생각에서요.
그런데 그 사이에 FARTI 아트가 숨어있는 겁니다.
파티라는 이름은 ‘티션’이 붙어 왠지 기계적이고 딱딱한 느낌도 사라고 훨씬 가볍고 즐거운 기분을 주는 이름이 됐습니다.
구글에서 '파티션'이라고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딱 저 위에 이미지가 우르르 몰려듭니다.
징글징글하죠. 색깔도 어쩜 저렇게 사무실의 칙칙한 분위기를 한층 더 칙칙하게 하는
탁한 색들인지. 어느 하나 맘에 드는 구석이 없네요.
사람들이 사니까 그렇겠죠? 어떻게 80년대 만들어진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파티션들이
지금도 사용되는지는 의문이지만 지금도 업무 차 미팅을 가보면 이런 파티션이 거의 표준처럼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파티션은
이런 가리개 역할만하는 기능적인 파티션이 아니라, 미적인 요소도 충족되는
파티션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주고객층은 행거 하나 빨래걸이 하나 세면대 위에 비누 케이스 하나 고를 때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까지 다 뒤질 것 같은 섬세한 감각과 취향을 가진 분들이 주요 소비층이되겠죠. 80년대 부장님 스타일은 절대 아닐겁니다.
마침 최근 경향을 먹방의 시대에서 직방의 시대로 전환되는 의식주 중에 '주'의 시대로 옮겨가는 흐름이 보였습니다. 그 흐름은 첫번째로 갑자기 늘어난 집꾸미기를 테마로한 티비 프로그램이었구요. 두번째는 인터넷으로 이케아를 구입하던 감각적인 소비자들이 2014년 처음으로 국내시장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 이케아를 찾아 상품을 구입한 시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각을 중시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취미가 일반 대중들로 확대된거죠. 지금도 이러한 경향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FARTI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공할 핵심가치와 역할은 공간을 '막는' 파티션에서 공간을 '만드'는 파티션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능성, 편리성, 합리적인 면은 기본으로 하되 심미성과 감수성을 담은 제품으로
공간과 공간 사이를 예술적으로 재단하는 겁니다.
가령 이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이 FARTI 가 공간을 막고 가르는 장애물이 아니라,
이렇게 예술작품같은 병풍으로
때론 아름다운 조형물로
자연의 감성을 담은 작품으로
탄생한 예술적 감성을 담은 공간의 오브제라면 ?
어땠을까요 ?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FARTI가 꿈꾸는 공간, 만들어내고자 하는 공간이 아닐까합니다.
파티션이 공간과 공간 사이를 나누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리는 개념이 아니라, 공간에 놓인 하나의 예술적 오브제가 되게 하자는 거죠. 그럼 당연히 죽었던 회색빛 공간이 생기있게 변할 것이고 그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또한 기분 좋은 변화를 가져오게 합니다.
결국 파티라는 브랜드의 미션은
시선의 차단자가 아니라
감성의 연결자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기획된 브랜드가 바로 FARTI 입니다.
사용성이 좋고 어떤 공간에 놓여도 유연한 적용성과 맞춤형이 가능한 기능적인 면들과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면까지 고려한 예술적 파티션. 그 게 바로 파티가 가진 경쟁력입니다. 물론 말이 쉽지 기본을 채우고 그 위에 특별한 감성을 불어 넣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
위에서 말했던 장미빛 기획들과 개념과 가치와 특별함도 좋지만 결국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하는 건 FARTI만의 파티션 제품입니다. 실제 사업성을 따져보기 위해 대략적인 실행 계획을 구상하려고 하자 소재와 설치하는 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파티션이라도 목재와 철재와 플라스틱이 연출하는 분위기는 각각 다릅니다. 적용될 공간의 용도에 따라 적절한 소재도 달라져야하구요. 가령 물사용이 많고 오염되기 쉬운 미용실의 경우에는 목재보다는 철재나 플라스틱이 좋겠구요. 자연스러운 분위기 연출을 원하는 카페공간에는 목재가 더 어울립니다. 설치 방식에 따라서도 그냥 세우는 스탠드형이라면 설치가 편리하겠지만, 배송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 약점을 위해 모듈식의 조립형 파티션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병풍식이 배송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형태가 복잡한 특성으로 이용에 불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식은 고객이 직접 설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주요점검 사항을 더 세부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기존의 파티션 활용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위와 같은 모듈형의 다자인은 확장성과 유연한 적용성이 장점입니다. 부분만 적용해서 사용하다가 나중에 추가로 더 큰 공간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패턴의 조합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제작도 가능하겠구요. 다만 일일이 조립해서 설치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이 있겠네요. 그리고 적어도 천정에 못을 박을 정도의 공구 사용자여야 할 것 같습니다.
목재틀 위에 천소재를 적용해서 사용하는 파티션입니다. 이동도 편리하고 미적으로도 훌륭하지만, 파티션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인 공간을 나눈다는 측면에서는 약점이 보입니다. 천소재다 보니 헤지거나 색상이 바래거나 먼지에 오염도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거형은 앞서 봤던 모듈형과 크게 다르지 않는 형식입니다. 파티션이라기보다는 패턴이 있는 블라인드라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는 방법으로 가볍게 공간을 나누기에는 좋아보입니다.
병풍형의 가장 큰 단점은 면적을 많이 차지 않다는 것입니다. 넓은 공간에 쓰기에는 좋지만 좁은 공간에 쓴다면 공간이 더 좁아 보이는 느낌이 들것입니다. 병풍 형식의 특성상 가벼운 소재를 쓰기 마련인데, 이동이 많은 공간에 놓여있을 때는 넘어질 위험성도 커 보이네요.
블럭형은 너무 번거롭고 무거운 작업으로 보여서 이 방향은 아닌 것 같구요.
위의 스탠드형이 FARTI 가 지향하는 브래드의 가치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간을 나누고 분리하되 심미적인 측면이 고려된 예술적인 파티션입니다.
이 외에도 파티션 + 조명, 파티션 + 책장, 파티션 + 옷걸이, 파티션 + 화분 등으로 한두가지 용도들이 추가된 파티션도 있었는데요. FARTI가 지향하는 지점은 아닙니다. FARTI 는 파티션 본연의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브랜드만의 미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FARTI 브랜드에 대한 기획을 하고 대략적인 제품디자인 방향성을 모색해 보는 것까지 끝으로 이 기획안은 데스크탑 폴더의 깊고 깊은 하위 카테고리에 잠들고 있었습니다. 꺼내 놓고 다시 보니 부족한 부분도 많고 마지막 제품화까지 끌고 가지 못한 게 아쉽긴하네요. 하지만 더 나은 선명한 방향성이 잡힌다면 더 진행해 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파티션을 주제로한 창업아이디어 발전소의 두번째 이야기를 들여드렸습니다. 어떠셨나요?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기획을 할 때만 해도 어디를 가든지 파티션만 보이더라구요. 파티션이라는 인물이 전에는 존재감이 전혀 없었던 무명 가수였다가 나만 아는 숨은 보석같은 가수로 바꼈다고나 할까요.
사랑해야 비로소 눈에 보이기 마련입니다. 사업의 기회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내 주위의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에게만 그 기회는 보이는 거겠죠. 저 또한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다음 세번째 이야기를
준비해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Build Idea, Realize Value - BRIK
언제나 담대하고 진심을 담은 아이디어로, 브랜드 가치를 쌓고 비전을 세워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