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현수 May 24. 2020

포장디자인 하나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씽킹브릭

조금 지난 일이지만 2015년 한국야쿠르트가 46주년을 계기로 CI를 바꿨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시점부터 패키지등 기업 디자인과 마케팅 전반의 수준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존 접근법보다 훨씬 세련되고 혁신적인 변화였습니다. 바뀐 CI에서 그 변화가 지향하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우선 그 출발점인 리뉴얼한 상징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hy'를 형상화한 막대기 모양의 심벌은 ‘건강 사회 건설’이라는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 기업의 설명인데요. 거의 50년이 된, 그것도 굉장히 보수적인 식품 기업이 이렇게 혁신적인 시작적 변화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2015년 리뉴얼이 되기 몇해 전에도 여러번 CI 리뉴얼에 대한 컨설팅과 조사가 이루어진 걸로 브랜드 컨설팅 업계에 소문이 많았었는데요. 그 즈음 저 또한 한국야쿠르트와의 인연이 있어 그 이후에도 관심있게 지켜 보게 됐습니다. 한 오년이 지난 후에야 결국 바뀌더군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다행이 공들인 시간만큼 결과물도 좋아 보였습니다.




변경 전 CI




기업 브랜드 리뉴얼 후 CI




기존 타원형의 마크가 건강한 사람과 행복이 피어나는 꽃을 상징화 했다면, 새로운 심벌은 기존의 의미들이 더욱 상징화되고 은유적인 표현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h, y라는 글자들이 다양한 색깔로 율동감있게 세워지는 모습이 연상되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소문자, 곡선, 채도가 높고 다양한 색상으로 훨씬 젊고 활력이 넘치는 인상을 주는 CI가 됐습니다. 특히 ‘h’자를 이루는 삐침의 형태는 굉장히 작지만 심벌마크를 개성있게 하는 요소인데요. 그 형상이 마치 새 부리를 연상시키고 뒤 2개의 막대기가 새의 날개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건강한 아침을 여는 새소리가 나는듯한 느낌이라면 좀 억지일까요? 아무튼 저는 새롭게 변화한 한국야쿠르트의 CI리뉴얼을 굉장히 인상적이고 긍적적으로 봤습니다.

이러한 감각적인 디자인에 대한 의사결정이 한국야쿠르트가 앞으로 지향해갈 전체 디자인 뉘앙스를 상징하는 듯 했구요. 그러다가 오늘 그 흐름에 걸맞는 정말 재치있고 괜찮은 디자인을 발견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동네 뒷산에 산책을 가는 길이었습니다. 목이 좀 말랐는데 야쿠르트 아주머니를 마주쳤습니다.

저는 시원한 커피를 고르고 아이는 유산균 음료를 골랐는데요.


아이가 고른 건 이전에 보지 못한 제품이었어요.

‘아이윌’이라는 이름이었죠. 마트나 일반 편의점에는 유통이 안돼는 상품이었나 봅니다. 왠만한 건 다 알고 있는데, 그 상품은 오늘 처음 보게됐으니까요.




알고보니 유산균 음료의 대표 브랜드인 윌의 아이들 버전이었어요.

'아이 윌' 아이가 아이(Kids)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아이(I)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참 쉽지만 의도가 잘 전달되는 네이밍의 센스 참 좋아보였습니다.




아기자기하게 구성된 디자인 참 예쁘고 귀여워서 아이들이 참 좋아하게 생겼는데요.


저는 그런 시각적인 것들보다 오히려 아이들의 사용성을 고려한 배려가 굉장히 감동이었습니다.


사실 5살 미만의 유아들의 경우에는 빨대가 아니면, 음료를 먹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심지어 물컵도 개인 빨대컵만 쓰니까요. 이 디자인을 보면서 분명 이 디자인을 하고 승인한 분은 어린 자녀가 있거나 굉장히 민감하게 아이들의 경험을 살펴보는 디자이너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저 용기의 구조는 빨대을 꽂기 위해 기본적인 형태에서 많이 변형된 형태라서 그 형상을 만들기 위한 금형이나 사출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작비가 그냥 빨때를 밖에 내 놓은 방식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 갔을텐데요. 그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사용의 편의성과 특별한 경험을 위해 희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빨대가 로켓이되어 날아가는 위트까지.


정말 이 작은 플라스틱 병을 하나를 보면서 그런 의도들이 하나 하나 보여서 고른 사람의 생각과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답니다.


사실 상업성에 기반한 패키지 디자인물을 보고 이런 마음이 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화려한 그래픽과 시각적인 효과를 뽐내는 포장을 보더라도 그 때 뿐이지

지나고 나면 금방 잊혀지지 마련이죠.


그런데 이런 사소하지만 고객을 생각하는 배려는

시간이 지나도 그 기업을 다시 긍정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저도 한동안 끊었던 야쿠르트를 다시 신청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경험이었으니까요.


고객에게 이런 세심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좋은 디자인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한 동안 그래픽적인 현란한 표현들에만 매몰됐던

제 자신을 반성해봤습니다.


| 매거진 브랜디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드 인상까지 바꾸는 글자 간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