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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ul 13. 2020

세번째 제주

미처 알지 못했던 매력들

지난 주 제주로 조금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 시국에 공항을 거쳐야하고 비행기도 타야하니 떠나기 전날까지도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피해 자연의 열린 공간이 많은 곳으로 가는거라며 스스를 설득해 왔지만 여행내내 걱정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 몇개월째 실내생활에 지쳐있을 아이들에게 단 며칠만이라도 해방감을 주고 싶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떠났습니다.

이번이 저에겐 세번째 제주여행이었는데요. 사실 앞서 두번의 제주는 제게 별로 좋은 기억이 없었습니다. 왜 다들 제주 제주 노래를 부르는지, 심지어 여기 살고 싶다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죠.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그 의문이 조금은 풀린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제주의 가장 큰 장점은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겁니다. 한달 살기까지 해서 둘러봐도 다 알 수 없는 정도로 곳곳에 숨은 매력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제주는 화산섬이라는 특성상 산과 바다, 계곡과 숲 등 자생적으로 생겨난 생태 여행지가 너무나 많습니다. 도심지역 빼고는 차로 불과 몇 킬로만 가도 그런 생태환경을 계속해서 쉽게 만날 수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중에 가장 큰 매력은 제주 바다겠죠.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그 모습도 느낌도 모두 달랐어요. 애월로 대표되는 북서쪽 해안은 고운 모래와 붉은 석양이 무척 아름다운 포근한 느낌의 바다였구요. 남쪽 해안은 쇠소깍이나 기암 절벽등의 주상절리가 있는 큰바다를 마주한 장엄한 풍경의 바다입니다. 또한 동쪽은 성산 일출봉이라는 그 주변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와 함께 바로 앞에는 에매랄드 물빛의 우도가 있는 신비한 바다를 품고 있습니다.

바다만 있는 게 아닙니다. 바다 바로 옆에는 '산의 제주'가 있어 '바다의 제주'를 더 매력있게 합니다. 한라산의 줄기는 제주의 곳곳에 빽빽한 원시림과 숲을 품고 있습니다. 그 사이 사이를 흐르는 작은 계곡과 개울은 그 풍경을 더욱 풍요롭고 완성도 있게 채워줬습니다. 중간 중간에는 마치 경주의 왕릉처럼 솟아있는 오름이 있었는데요. 뒷동산같은 그곳에 올라가 보는 제주의 풍경도 참 색달랐습니다. 또한 가는 길마다 녹차, 수국, 공룡, 키티 등을 테마로한 대규모 시설들이 잘 조성됐습니다. 몇 군데 가보진 않았지만 대체로 쾌적하고 잘 꾸며 놓아 나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동하는 길도 좋더군요. 해안도로와 숲속길은 드라이브하기 최적의 도로여서 운전에 대한 피로감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 정도면 숲과 바다의 매력을 함께 품은 발리, 해안도로의 풍광이 멋졌던 괌, 기암절벽이 만들어낸 풍광이 멋졌던 오키니와, 투명하고 광활한 물빛이 좋았던 세부의 장점을 모두 가진 섬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비싼 숙박료와 식비 등은 위 다른 여행지에 비해 좀 망설여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불과 50분 밖에 걸리지 않는 이동시간, 의사소통의 부담이 전혀 없다는 것, 치안과 위급 시 안전의 문제 등은 다른 여행지를 뛰어넘을 충분한 경쟁력일겁니다.

여행의 완성은 결국 '사람'이 아닐까요. 이번 여행에서는 이전 두번의 제주 여행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친절한 제주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특히 식당 종사자들의 태도는 그 어떤 여행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친절함이 배어있었는데요. 사실 이전 두번의 여행에서 경험했던 다소 오만하고 권태롭게 보이기까지 했던 태도와는 너무 달라 놀랐습니다. 짐작컨데 이런 태도의 변화는 코로나로 인해 손님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던 공포가 만들어낸 절박함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전히 예전만큼의 여행객으로 회복되진 못했지만, 이런 상황조차도 감사하다는 태도가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이러한 제주민들의 태도와 생각의 변화는 저 또한 마찬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행이라는 즐거움이 이렇게나 크구나, 이렇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처음으로 됐으니까요. 여행의 의미에 대해 여행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이번 여행의 최고 소득은 아이들의 즐겁고 행복한 표정을 며칠간 원없이 볼 수 있었다는 거 아닐까 합니다. 일상 속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번 여행의 점수를 90점 이상 주고 싶은데요. 물론 그 여행지가 바로 제주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제주든 어디든 자유롭고 걱정없이 마음 편히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씽킹브릭 #여행의의미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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