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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ul 28. 2020

차별하는 공간, 차별적인 공간

저희 동네 큰길에는 이백미터 간격을 두고 세개의 커피전문점이 있습니다. 같은 커피 전문점이라 해도 찾는 그룹의 분위기와 연령대가 모두 다릅니다. 당연히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도 완전히 다른데요. 오늘은   한곳에 갔다가  다른 세곳에서 느껴지는 공간의 질감을 비교해 보고 싶었습니다.

첫번째 가게인 투썸플레이스에는 거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로 채워졌습니다. 과제나 레포트를 쓰기 위해 옵니다. 어떨   곳이 독서실인지 카페인지 헷갈릴 정도죠. 당연히 십대 또래들의 용어와 장난 섞인 욕설이 난무하는 곳입니다. 가끔 갑자기 터져 나오는 남학생들의 괴이한 소리는   사운드의 포인트기도 하죠. 가끔 락페스티벌에  있는 듯한 거친 몸동작으로 인한 열기는 에어컨도 필요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두번째 가게는 길건너에 있는 엘리펀트커피라는 곳입니다.  근방에서는 가장 분위기 있고 커피맛도 좋은 곳이죠. 이삽십대 중반의 여성들이 주로 오는 곳인데, 취업 준비생들이나 사회 초년생들로 보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인듯하지만 실은 몇주만에 만나 안부를 묻고 칭찬랠리를 이어가는 장면이 인상적인 곳이죠. 초반부터 이정도 텐션이라면 한시간을 넘기기가 힘들  같은데,  시간을 쉽게 넘기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기도 합니다. 인삿말 이후에는 보통 푸념과 고민들로  공간의 공기를 가득채우기 마련인데 진로나 미래에대한 고민보다는 이성이나 가족에 대한 주제들이 많아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곳의 소리들은 대체로 함께 웃어주고 공감하며 고개를 끄떡이거나 도란 도란 차분하게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분위기입니다. 대체로 조용하고 햇살이  들어오는 오후에 오면 권태로움까지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마지막으로 전광수커피는 핸드드립 전문점인데요. 요즘은 직영점이 사라지면서 일반 중저가 프랜차이즈로 변한  같습니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커피 맛도 변했습니다. 저희 동네만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곳은 주로 40 이상 어머님들 대여섯분이 단체로 오시거나 유모차를 끌고 오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거의 이야기의 시작은 자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잠시 남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결국은 아이들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한참 시끄럽다가 갑자기 톤이 낮아지고 조용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속에 공기가 가득품고 속삭이득 말할 때가 계십니다.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단어가 시댁이거나 시어머니일때가 많습니다. 건강이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도 있는데, 주로 가족이나 친인척의 예를 드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많은  같습니다. 가끔 흘러나오는 아기의 울음 소리, 방청객 수준의 적극적인 찰진 추임새는  공간 사운드의 질감의 특징을 결정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어딜까요?

투썸에서 일어날 십대들의 돌발행동이나, 이십대 여성들만 가득한 엘리펀트커피에서의 부자연스러움은 당연히 피하고 싶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자녀들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건강이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물소리처럼 자연스러운 전광수커피에  있습니다. 그런 얘기들이 듣기 싫거나 불편하지 않는 나이가 됐나봅니다.

예전에 한참 노키즈존으로 논란이 많았을  사실 저는 찬성쪽에 가까웠습니다.  수야 있지만 가지 않는  좋을 때도 많으니까요. 굳이 서로 불편해서 뭐하나 싶었죠. 아마 저처럼 예민하고 그런 곳에서 눈치보는 사람들은 음식이  넘어가지도 않을 겁니다. 맛없는  먹더라도 아이들과 편하게 먹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린 우리 동네  곳의 커피전문점도 노키즈존처럼 다른 연령대를 막아내고 있었습니다. 강제적으로 정해 놓진 않았지만, 사실은 연령대별로 만들어진 차별이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물론  곳을 만든 사장님들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세곳을 비교하다보니 이런 생각이드네요.
결국 공간의 정체성과 색깔 그리고 질감도
 공간을 채우는 사람이 완성한다는 .

그렇게 생각하니 공간에 대한 생각도  달라집니다.
공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곳을 이용할 당사자들인
사람들의 경험과 행동을 유도해내는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야 결국 공간을 만든 사람이 의도한 사람들로 채울  있겠구요.

여기저기 혼자 돌아다니면서  공간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질감을 느끼고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즐기는. 공간 경험 유랑자의 생각이었습니다.

#씽킹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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