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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Aug 07. 2020

나만의 경험지도가 생긴다는 것

나이 먹는 게 좋을 건 딱히 없지만
딱 하나만 말하라고 한다면.
딱 그 맘때 가야할 곳,
딱 그 때 먹어야할 곳이
적어도 한 두개 정도는
떠오르기 때문이 아닐까해요.

예를 들어
5월에는 어린이대공원 팔각정에서
정문으로 내려오는 언덕에 서 있어야하구요.
6월에는 두물머리가 한눈에 보이는
수종사에 올라야하고 합니다.
8월에는 오대산 전나무 숲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거닐면 황홀하죠.
9월에는 을지로입구에서 서울미술관가는
정동길을 누구든 함께 걸어야합니다.

맵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땡길 땐
오장동 냉면을 먹어야하고,
마음이 허하고 체력이 딸릴 땐
경복궁 옆 토속촌에 가야하고,
담백 깔끔한 만둣국이 생각날 땐
부암동 만두집을 가야하죠.

내 발과 입으로 검증된
풍경과 맛집 경험 지도를
스마트폰 맵을 굳이 켜거나
검색을 안해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다는 것.

이 정도가 세월을 살아내는
특권이 아닐까 합니다.

#씽킹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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