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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Aug 12. 2020

익선동과 뉴트로

종로에서 길을 헤메다가 우연히 들어 선 익선동 한옥골목. 이 게 과연 수요일 오후 3시에 볼 수 있는 광경인가 싶더군요. 평일 오후인데도 주말처럼 사람들로 부적거렸습니다. 심지어 대기줄이 있는 곳도 몇 군데 있었구요. 지나오다 봤던 대로변의 텅빈 상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최근 워낙 핫플이라 가봐야지 했는데 이렇게 와 볼줄은 몰랐네요.

핸드폰 지도 어플이 필요없을 만큼 미로같은 골목을 헤메이는 재미가 주변에 있는 북촌이나 서촌 삼청동과는 또 달랐습니다. 불과 한블럭 넘어에 있는 탑골공원, 인사동의 연령대나 감성과는 또 완전히 달랐죠. 거리상으로는 몇 미터밖에 안됐지만, 새대의 시간은 한쪽은 60대 이상으로 또 다른 한편은 20, 30대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활기 넘치는 골목을 거닐며 역시 문화적 감수성이나 분위기는 여성들이 이끌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핫플레이스가 되기 위해선 20, 30대의 여성타겟이 찾아와야 된다는 건 이제 거의 고정된 사실처럼 보였습니다. 매력적인 공간이었다면 인스타같은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도 해주실테니. 익선동의 대부분 카페, 식당, 옷가게, 악세사리 상점들 또한 그녀들을 타겟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요. 인과관계가 좀 헷갈리기는 했습니다. 가게들이 처음부터 그녀들의 환심을 노리고 이런 곳에 이 가게를 만든건지, 그녀들이 좋아서 찾아오다 보니 이동네가 그렇게 됐는지는.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한옥 특유의 내부 공간들이었습니다. 가운데 ㅁ자 공간은 한옥안의 작은 광장이자 마당이라 할 수 있는 전체 공간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곳입니다. 공간의 효율만을 따진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곳이죠. 그 곳이 오픈 주방의 역할로 커피, 디저트 바로 악세사리의 쇼룸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인테리어 가구나 오브제들은 일반 가게들과 같더라도 그러한 특별한 구조가 공간의 색다른 질감 차이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어가 본 곳이 없어 아쉬웠지만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뉴트로라고 하는 감성에 왜 이렇게 매혹되는지도 궁금했는데요. 익선동을 둘러보며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 예쁘고 많은 시각 요소들 중에 금연 구역 벽보였는데요. 보고 아! 이거구나 싶었어요. 그걸 왜 찍고 있냐는 의아한 눈빛으로 보는 분들도 계셨지만요. 검은 글씨로 집에서 출력해 코팅한 걸 무심히 시멘트 벽면에 붙여놨는데, 그 게 참 그렇게 멋지고 좋아보이더라구요. 그게 뭐라고. 제 눈엔 익선동스럽고 예쁘고 그랬습니다. 이런 게 뉴트로의 매력인가 싶기도 하고.

#씽킹브릭
#익선동 #뉴트로의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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