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현수 Mar 06. 2021

아이디어가 막힐 때의 처방전

집중과 환기의 반복

'디자인이 막히거나 새로운 생각이 고갈됐을 때 어떻게 그 벽을 넘어서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 답답한 상황은 뭔가를 창작해 내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일거라 생각한다. 그 어려움이 어떤 경우는 도전의 연료가되어 더 나은 결과를 가져가기도 하고, 감당이 안돼서 심신이 너덜너덜해지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고민을 꽤 많이 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 게 딱히 특별한 해결책이거나 나만의 방법일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내가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 해드렸다.

그 때의 대답을 떠올리며 글로 적어 본다.

‘ 저는 벽이라고 느껴 본 적은 없습니다. 단단한 벽이라기 보다는 실타래가 일부분 꼬여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언젠가는 풀릴거지만, 지금 잠깐 제동이 걸린 상태인거죠. 수백개의 프로젝트를 해가면서 그걸 검증할 수 있었어요. 그런 꼬임들은 매번 발생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은 찾을 수 있다는 걸요. 다만 시간이 필요한데요.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따라 해결되고 안되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두가지를 반복하면서 그 시간을 보냅니다. 치열하게 더 깊이 파고들거나, 진공상태로 머리 속을 비워내거나 하는 거죠.

치열하게 더 깊이 파고들거나 -

아이디어가 막힐 때는 보통 프로젝트에 깊이 몰입되어 있을 경우 더 많이 생깁니다. 듣고 보고 공부한 내용들에 갇혀서 그 이상의 넓은 영역이 보이지 않는거죠. 그랬을 때 저는 그걸 피해 빠져나오기보다는, 오히려 더 좁고 깊은 영역으로 일단은 파고 들어가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면 아주 작은 부분에서 보석같은 실마리를 찾기때도 많으니까요. 프로젝트에 관련된 브리프 자료들을 하나하나 더 꼼꼼히 살펴보고 놓친 건 없는지 점검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내용들에 익숙해지고 온전히 내 지식이 되면서 그 기반에서 아이디어들이 솟아날 준비를 더 잘할 수 있게됩니다.


진공상태로 머리속을 비워내거나 -

위와는 전혀 반대의 방법입니다. 머리를 완전히 비워내는 겁니다. 그리던 도화지가 있다면 버리고, 완전히 새하얀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 봅니다. 뭔가 새로운 게 들어오려면 있던 걸 버려야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아낼 공간이 생겨야하니까요.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걷거나 산책하는 일이예요. 주변의 이런 저런 곳들에 시선을 두면서 지나가는 길 위에 지금까지 쌓인 생각들을 하나 하나씩 털어내는 겁니다. 전혀 다른 업을 살피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화장품 프로젝트라면 뷰티 시장 안에서가 아니라, 조금 더 영역을 넓혀 건강이나 문화 분야에서 살펴보는거죠. 그렇게 하면 외부 영역과 비교되면서 오히려 화장품의 정체성이 더 선명해지기도 하니까요.

지금까지 설명드렸던 두가지 '집중과 환기'의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아이디어의 꼬임이 슬슬 풀리기 시작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집중이 시간에도 환기의 시간에도 찾아 올 수 있어요. 물론 그렇게 해도 절대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험 상 백개 중 한개 정도 밖에 안되니,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질문에 답하다보니 평소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참 의미있고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사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따로 있지 않을까 싶다. 평소에 아이디어의 재료들을 차곡 차곡 쌓아 놓는 거다. 좋은 아이디어는 일순간에 솟아나는 게 아니라, 좋은 생각의 재료들 위에서 자라니까.

| 매거진 브랜디




* 매거진 브랜디의 콘텐츠는 아래 링크 '구독하기'로 가장 먼저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을 쓴다가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