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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an 01. 2022

[독서일기] 인생와인을 읽고

배주경 지음 | 파지트

생수는 삼다수가 제일 맛있어서  그것만 산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무슨 소리냐고  유난 떤다는 생각을 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우래옥과 평양면옥의 차이도 콜롬비아와 케냐 커피의 맛도  구분 못하는 지극히 평범한 미각을 가진 저로서는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어느날 먹어 본 삼다수가 동원샘물과는 완전 다르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습니다. 물 맛에도 분명 다 개성이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내 미각의 감도도 조금 올라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제 수준에서의 미각이 올라갔더라도 미각의 정수라고 할만한 와인 맛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레드나 화이트라는 색으로 구분하거나, 탄산감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할 정도구요. 묵직하다거나 시고 떫은 정도는 느낄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아로마나 향신료같은 미세한 느낌을 건져낼만한 수준은 안됩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편의점 와인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인생와인’의 저자 배주경 대표는 새롭게 시작하는 ‘와인프렌즈’라는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절친분께 굴곡진 인생사를 들으면서, 꼭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와인이라는 사업 테마를 고를 것도 사실 돈이 돼서가 아니라, 그 분의 인생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담겨있다는 생각때문에 작업에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와인관련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는데, 와인프렌즈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와인과 함께 책을 보내오셨습니다.


마침 이제야 관심이 와인에 대해 조금 관심이 생겨 이 참에 와인에 대해 공부해야겠다고 책을 들었는데, 인생을 배운 느낌입니다. 직접 듣지 못했던 배대표님의 인생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어 더 반갑고 좋았습니다.


와인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지만 인생 에세이였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거친 잘 숙성된 인생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좋은 와인처럼 제 인생도 그렇게 무르익어 좋은 향과 맛을 내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와인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인생도 와인과 비슷하죠.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사람과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 주니까요. 그러니 시간을 이기려고 말고 겸손하고 솔직한 마음으로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책의 중간 중간 유독 ‘변화’라는 단어를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와인은 숙성이라는 화학작용이 만들어낸 변화의 결과물이기도 하네요. 변하지 않고는 좋은 걸 만들낼 수는 없습니다.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새롭게 또 바뀌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도 자연스럽게 변합니다. 변화의 시기에 읽기 좋은 책입니다. 대낮보다는 깊은 밤에 어울리는 책입니다. 와인처럼 깊은 지혜가 담긴 이야기에 살짝 취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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