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포지션의 좋은 선수들만 다 모아 놓는다고 꼭 좋은 팀이 되진 않는다.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들을 다 모아 놓고도 고전하는 명문구단들을 많이 봤다. 각 포지션에서의 역할분담이 적절하고 균형있게 돼야 좋은 팀이다.
강하고 자극적인 맛을 다 모아 놓는다고 맛이 확 좋아지지 않는다. 강하고 좋은 재료들만 다 들이 부었다가 망친 요리들이 얼마나 많은가. 단맛 신맛 매운맛이 조화를 이뤄야 맛이 풍부해지고 맛있다.
영화도 그렇다. 멋진 장면들만 다 모아 놓는다고 꼭 좋은 영화는 아니다. 밋밋하고 단순한 장면들, 멋진 장면들,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이 잘 조합돼야 지루하지 않고 좋은 영화가 된다.
이렇게 팀도 맛도 영화도 강한 것, 좋은 것만 잔뜩 있는 것보다 강하고 중간 약한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야 정말 좋은 게 만들어진다.
디자인에도 이런 강약중간약을 생각하면 좋다. 한 화면 안에서 강해야할 곳, 약해야할 곳, 중간인 곳의 적절한 위치로 배치하면 밋밋했던 화면에 긴장감과 리듬감이 생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게 한다.
황금비례를 6:4정도하고 하면 강약중간약의 원리는 6:2:4:2 정도의 비례가 되겠다. 이유없이 좋아 보이는 디자인을 뜯어 보면 한 화면을 이루는 요소들이 6과 2와 4의 크기로 적절히 배치된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평면 화면을 넘어 3차원 입체 공간에서도 이 원리는 적용 가능하다. 넓은 면적 중간 면적 작은 면적이 적절하게 분배를 이룬 공간에 가면 답답하지 않다. 작아도 더 크고 넓어 보이기까지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도 참고하면 좋다.
시각적 이미지뿐 아니라 음악의 화성학에서도 강약중약의 사박자는 아주 기본적인 중요한 원리라고 한다. 사람들은 사박자를 본능적으로 좋다고 느낀다고 한다. 아마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음, 균형미는 인간의 생존의 중요 수단으로 생각해서가 아닐까.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것도 이런 사박의 박자감이라면 더 유리하다. 처음에 가장 센 ‘강’으로 시작하는 건 중요하다. 인상적인 첫인상은 그 이후의 관계를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연인관계에서도 초반에 아주 잘해줘야 그 다음의 관계를 이어가기가 더 쉽다. 물론 그렇다고 처음만 잘해주고 그 이후를 소홀히 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처음에 인상에 남도록 잘해주고 신경 써줘야 내 사람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관계라는 게 일단 처음 강하게 마음을 사로잡으면 믿음이 생기고 그 다음 단계는 생각보다 쉬워진다. 작은 실수라도 큰 흐름안에서 틀리지 않다면, 넘어가는 포용성도 그렇게 생긴다.
이 원리를 브랜드가 고객들과의 관계 맺는 과정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브랜드가 처음 고객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는 원래 가지고 있는 이미지보다 약간 강하게 시작해야한다. 브랜드 전체 생애에서 가장 강한 이미지를 풍겨야한다. 고객들이 기억할만한 ‘강’박자로 메시지를 전달해야한다.
센 메시지 다음에는 그걸 뒷받침할만한 중간 크기의 약한 단계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한다. 센 거 하나만 던져 놓고 끝나고 안심하긴 이르다. 강하게 던지고 중간으로 설명하고 약하게 여운을 남겨야한다.
이런 사박자의 원리를 이용하면 일도 삶에도 기분 좋은 박자와 리듬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