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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Mar 24. 2022

나만의 타이틀이 있어야하는 이유

타이틀은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참 중요하다. 어떤 가수는 하나의 타이틀 곡으로 평생을 먹고 살기도하고 히트한 타이틀 제품 하나가 기업 전체를 살기도 한다. 살다보면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느 회사 출신이고 어떤 대단한 일을 했는지는 얼마나 중요한 타이틀인가.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디에서 사는지도 중요한 타이틀이 된 시대다. 그런 타이틀이 있냐 없냐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판단에 무척 익숙하다. 병원을 가더라도 S대 간판이면 믿음이 가고, 식당을 가더라도 모범음식점 인증 간판을 보면 안심이된다. 백프로 보장은 못하지만 일단 그 타이틀로 인해 마음의 불안감을 조금 덜어낼 수 있다. 물론 세상 어디에도 백프로 좋은 선택이란 있을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만족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 이 타이틀 병에 걸리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나라도 타이틀이 없는 사람은 정말 괴롭다. 타이틀 단 한줄이면 끝날 일을 구구절절 주저리주저리 나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임팩트 있는 타이틀이 없으니 그걸 설명하는 사람도 설명을 듣는 사람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하면 할수록 자신감도 사라진다. 대단하지도 않는 걸 꾸역꾸역 설명하고 있는 내 모습이 옹색하고 볼품없어 보일 때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든다. 타이틀이 있다는 건, 이미 대단한 걸 가진거다. 그러니 매번 타이틀에 걸맞는 방어전을 치러야한다. 사람들의 기대를 매번 넘어야한다. 타이틀 벨트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야한다. 타이틀은 유지할 가능성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사람들의 기대는 점점 더 높아만 갈 것이고 그걸 의식할수록 삶은 고단해질 것이다. 언젠가는 그 타이틀이 내가 기댈만한 게 아닐 때는 그 또한 괴로운 일일 것이다.


이런 점에선 폼나는 타이틀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에 비하면 나처럼 타이틀이 거의 없는 사람의 마음은 참 편하다. 위를 바라보면 정말 높아 까마득한데 아래는 발을 디디면 금방 닿을 곳이다. 그 곳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금방 높이를 회복할 수 있다. 아직까진 더 올라갈 곳이 많이 남아있고 그릴 여백이 많다는 건 너무나 희망적이다. 무게 나가는 타이틀의 벨트도 없으니 자유롭다. 목표하는 방향으로 어디든 더 빠르게 달려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마음이 편하냐. 또 그건 아니다. 타이틀이 없는 삶, 무관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피곤하고 눈치를 봐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런 생각끝에 이제서야 작은 타이틀이라도 하나씩 쌓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기필코 어떤 타이틀을 획득한다기 보다는 사람들 인식 속에 남을만한 확실한 작은 타이틀이라도 하나씩 세우고 쌓아가고 싶다. 그래서 그 타이틀로 나를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백만 유투버나 세계 3대 디자인대회 석권, 국가 대표 브랜더 같은 거대한 타이틀을 따는 일은 이제 꿈같은 이야기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거창한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스무개 스타트업 브랜드 빌더, 백명의 마음을 움직인 브랜드 스토리텔러, 하루한글을 쓰는 디자이너 같은 소소하지만 의미있고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타이틀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무게감있는 헤드라인으로 이루어진 선 굵은 타이틀을 욕심낸다. 하지만 타이틀에도 다 체급이 있다. 욕심낸다고 다 내 것이 되는 건 아니다. 내 체급에 맞는 작지만 단단하고 내실있는 타이틀, 감동이 있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만드는 1인 기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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