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브랜딩 회사가 일하는 법 ]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과연 이 브랜드가 가진 의미와 개념이 뭘까?'를 파악하는 것이다. 초반에는 이 질문에 답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 이해가 가고 풀리면 그 다음으로는 '이 걸 통해 이루고자하는 목표는 뭘까?'라는 답을 찾아간다. 어떤 프로젝트든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처음은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이 때 가장 유용하게 쓰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개념을 작게 쪼개보는 일이다. 덩어리의 개념을 한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일단 낱개의 단어들로 쪼개고 나눠본다. 그 중에서 아무래도 가장 쉬운 방법은 브랜드 네임을 쪼개보는 거다.
창업 초기에 진행했던 ‘서연아이여성병원’을 진행했을 때부터 그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일단 전체 이름을 나눌 수 있는 최소 의미 단위로 쪼개본다. ‘서연’, ‘아이’, ‘여성’, ‘병원’이라는 단어로 나눌 수 있다. 그 다음 각각의 단어가 지니고 있는 의미와 개념을 밑바닥까지 파본다.
사실 ‘서연’은 개원의들의 출신학교의 첫글자를 딴 애칭이었다. 그 아이디어도 재밌지만 나는 거기에 더해 ‘서로의 인연’이라는 개념을 덧붙여봤다. 여기에서 ‘서로’라는 말은 환우와 의사의 사이이기도 하고, 아이와 엄마의 관계이기도 하다. 서연 뒤에 붙는 아이, 여성, 병원은 어느 병원에나 붙일 수 있지만 ‘서연’이 붙이니 다른 병원과는 다른 이름과 개념이 생겼다. 거기에 서연만의 '서로의 인연'이라는 개념이 더해지니 병원만의 고유한 이름이 됐다.
그 다음으로 ‘아이’라는 단위는 어떨까? 아이는 난임병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핵심 키워드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환우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단어다. 또한 병원이 환우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기도 하다.
‘여성’이라는 키워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여성들만의 특히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만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되어야 한다. 유아나 남성들이 주를 이루는 병원과는 분위기나 성격이 많이 다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병원’이라는 단어는 이 브랜드의 본질이다. 환자의 건강을 위하고 치료하는 사명을 가질 책임과 의무가 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브랜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서연아이여성병원’이라는 이름의 최소 단위만을 쪼개서 브랜드의 기초를 다지고 개념을 파악해 나갔다. 이렇게만해도 이미 병원이 가지는 가치와 철학과 비전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어렵게 다른 곳에서 개념을 찾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이름부터 출발하면 일이 훨씬 쉬워진다.
합성어가 아닌 단일어로된 명칭은 쉽지는 않겠지만, 영문으로된 브랜드명도 위와 같은 식의 쪼개기 방법이 가능하다.
PHYTOVER(피토버)라는 브랜드는 식물요법 기반으로하는 천연화장품 브랜드다. Phytotheraphy(식물요법)으로 Reviver(소생시키고), Reliever(구원)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 브랜드의 가장 핵심 키워드는 'PHYTO'다. 이 한 단어 안에 고유한 브랜드의 차별성이 담겨있다. 100%식물성 성분으로 만든 치료제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강조해야할 개념이다. 브랜드 네임의 끝에 Reviver와 Reliever의 뜻이 담은 Ver의 발음은 구강이 열린 상태로 끝난다. ‘Ever’와 같은 열린 개념의 이미지를 가져다 준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개념이 확 눈에 들어왔다. 바로 ‘OVER’였다. 식물요법 화장품을 통해 피부의 고민을 한번에 끝내(Over)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처음 브랜드네임에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브랜드의 개념을 설명하기에 참 좋은 발견이었다. 아마 쪼개서 이런식으로 이름을 분해해서 보지 않았다면 절대 발견할 수 없었을 개념이다.
이런 쪼개기 방법은 브랜딩을 진행할 때 뿐아니라, 회사 이름을 정할 때도 이름을 정하고 새로운 비전을 선포할 때도, 어떤 일의 개념을 잡을 때도 유용하다고 생각을 한다.
혼자 일하는 사람은 혼자 일하고 혼자 결정해야할 때가 많다. 복잡한 의사결정을 여러개 한꺼번에 해야할 때도 있다. 이런 땐 당황하지 말고 일 하나를 완성된 블럭 장남감이라고 생각해보자. 큰 개념을 쪼개서 작은 개념들로 파악해보자. 하나씩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다 보면 전체 모습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일 때가 많다. 그렇게 찾은 어떤 실마리는 일을 해결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어떤 질문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크고 거대한 질문을 맨 처음부터 하면 숨이 턱하고 막히기 마련이다. 작은 질문부터 쪼개서 하고 큰 질문으로 나아가자. 가까이에 보이는 쉬운 질문들부터 답해 나가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답의 목적지까지 도달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