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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Apr 23. 2022

나와 회사를 알리는 최고의 도구

하루 한글을 실천하면 달라지는 것들

발표시간이 되면 심장이 요동치고 귀까지 빨개지는 아이였다. 만원 버스에서는 ‘벨 좀 눌러주세요’라는 말을 못해 정거장을 몇번 지나친 적도 많았다. 그런 말을하면 아내는 그건 내성적인 게 아니라 바보 아니냐고 한다. 사실 지금도 그런 성향이 여전히 남아있다. '식당에서 반찬 좀 더 주세요'라는 말을 하지 못하거나, 사람이 꽉 찬 엘리베이터에서 '00층 좀 눌러주세요'라는 말을 잘 못한다. 외향적인 아내가 보면 정말 이해 못할 행동이다.


내성적인 성향이었지만 또 얌전히 공부만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부끄러움이 많았지만 호기심이 많고 자기 표현을 하려는 욕구는 또 컸다. 내향적인 성향과는 상충돼서 힘들었다. 요즘 말로하면 '내향적 관종'이라고 해야할까. 끼를 숨기고 조용히 지낼 수 밖에 없는 그런 아이였다. 친구들은 모범생보단 좀 논다는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다. 그런 친구들 주위에는 항상 재밌고 돌발적인 상황이 일어났기 때문에 즐거웠다.


그런데 문제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건 정말 좋았지만, 이상하게 금방 지치고 에너지를 뺐기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함께하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했다. 어느 날은 피씨방에서 친구들과 다 함께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엔 별 흥미가 없는 나는 그때부터 밤새 게임하는 친구 옆에 앉아 블로그를 만들었다. 거기에 디자인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내 생각을 적기 시작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하면서도 나만의 시간을 가졌던 게 그들과 더 잘지낼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었다. 


하루 방문자가 열명도 없었던 블로그 활동을 정말 열심히했다. 그 게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용기있게 드러내는 첫 활동이었던 것 같다. 홍당무가된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도 내 생각을 차분하게 말할 수 있는 그 공간에 나는 완전히 빠져 들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글쓰기라는 매력을 알게된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건 너무 부끄러운 일이고, 그 상황 자체에 신경 쓰느라 정작 내 얘기는 하지 못했는데, 익명의 공간에서 글로 표현하는 건 훨씬 편하고 좋았다. 더구나 내 글을 보는 사람은 한사람 한사람이 각각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치 일대일로 대화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글은 여러 채널과 경로를 통해 다양한 사람에게 노출되지만 결국은 글은 쓴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이 일대일로 만나는 일이다. 


이 얼마나 나를 온전히 알리기 좋은 홍보 도구인가. 다른 광고 매체들도 알린다는 목적은 비슷하지만 글만큼 제대로 알리진 못한다. 글은 능동적 행위다. 스스로 읽지 않으면 내용을 알 수 없다. 온 신경을 써서 글줄에 시선이 따라가고 머리로 생각해야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능동적인 경험은 티비나 유투브가 따라갈 수 없는 글의 뛰어난 장점이다. 능동적 수용은 수동적인 수용보다 훨씬 오래 기억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글자만 표기할 수 있다면 어디서든 내 생각을 전달하고, 사람들이 내 생각을 읽는 수 있어 이미지나 영상 매체보다 표현하기 유용하다. 이런 굉장한 홍보 도구를 쓰지 않는 건 정말 손해다.


특히 나를 알리고 내 컨텐츠를 알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글쓰기보다 좋은 장치는 없는 것이다. 영상 미디어가 유행인 시대이지만 여전히 글의 힘은 크다.


글이 주목받으면 당연히 그걸 쓴 사람도 주목 받는다. 글이 혼자서 여기 저기 퍼져가면서 영업을 해주는거다. 내 일을 알리고 나의 가치를 보여주는데 있어 이보다 유용한 툴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모든 콘텐츠는 글로 시작한다. 모든 방송이나 영화의 스토리와 대본이 글로 되어있다.  지속 가능한 유투브 콘텐츠에는 스크립트가 있다. 글을 써서 웹툰이나 웹소설 등의 플랫폼으로 유명하게 된 작가들도 많이 있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필수인 각종 보고서와 기획서 또한 하나의 글이고 문서다. 기획의 흐름을 한장의 글로 잘 풀어낼 수 있다면 백장의 기획서로 바꿀 수가 있다. 설득력있는 근거과 논리가 있는 내용이 들어 있는 보고서도 서론 본론 결론이 있는 글이 있다면 가능하다.


업무를 위한 소통 채널로 쓰는 이메일은 또 어떤가? 대부분의 업무 처리가 이뤄지는 이메일 쓰기는 이제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평가하는 지표가 됐다. 이메일 답변 하나만 봐도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 읽을 수 있다. 채용 지원을 위한 이메일의 글을 봐도 지원자의 가능성과 우리 회사와의 코드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글을 통해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CEO들이 많이 생겼다. 단점도 있고 욕을 먹을 때도 있지만, 이런 소통의 방식은 점점 많아질 것 같다. 우리 회사를 가장 잘알고, 우리 회사의 비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 CEO가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감정적인 교류를 하는 건 수백억의 광고효과보다 훨씬 클 것이다. CEO에 대한 정서적 호감은 바로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고 이 연결의 정점은 바로 글이다. 이러한 글의 장점을 점점 더 크게 느끼고 있다. 내 자신과 회사가 성장해 가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친구들과 함께 있던 피씨방에서, 동호회의 게시판에서, 싸이월드에 남김 감성 글을 쓰면서, 각종 이메일로, 카톡이나 문자로 글쓰기 훈련을 해왔다. 글쓰기 근육을 조금씩 키워왔고 왜소한 내향적인 골격을 글 근육 붙여 점점 보완해 가고 있다.


어떤 것이든 마음을 쓰면 더 알게된다. 더 많이 알게되면 잘하게 된다. 글도 마찬가지 아닐까. 쓸수록 는다. 글이 늘어갈수록 생각을 표현하기는 쉬워진다. 표현하기 쉬우니 쓸 말도 많아진다. 쓰면서 생각은 더 논리적이고 정교화된다. 하나의 글이 이런 생각을 거치면 바로 나만의 콘텐츠가 된다. 그게 쌓이면 곧 그게 나와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1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런 선순환의 경험을 많이했다. 글을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회로 연결됐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사업의 진도가 한발 앞으로도 나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1인 회사를 준비하거나 자신만의 새로운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당장 내 생각을 공개적인 곳에 써 보는 연습을 해봤으면 한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다. 내 경우 처음에는 발가벗은 채로 광장에 홀로 서 있는 공포까지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공포를 이겨내고 용기를 내보자. 용기있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가져가기 마련이다.


일기 쓰듯 하루의 생각을 기록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글을 써보자. 하루에 한글을 써보자. 하루 하루 쌓인 글 자체는 사실 큰 의미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글을 매일 남기기 위해 했던 생각 훈련들 그리고 실천하고자하는 의지는 어떤 일를 하더라도 두고 두고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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