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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ul 15. 2022

프로세스 이코노미, 프로세스 브랜딩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읽고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책을 읽었다. 어떤 일이든 과정이 중요하고 그걸 공유하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는 평소 생각에 때문에 끌리는 제목이었다. 사실 '이코노미'와 '프로세스'가 따로 있을 땐  둘 다 너무 뻔하고 식상한 단어다. 그런데 이코노미 앞에 프로세스가 붙으니 그런 느낌이 확 사라졌다. 이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왜 필요하고 중요해졌는지, 어떤 기업들이 그 개념을 실행하고 하고 있는지, 왜 그걸 앞으로 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대부분 다른 저자의 원문을 인용하거나, 유튜브 내용을 그대로 옮기거나, 한 인물의 인터뷰 내용을 가져 온 것들이 많았다. 자신만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 아쉬웠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술술 잘 읽힌다는 장점이기도 했다. 목차당 2~3페이지 분량이라 짧은 호흡으로 넘길 수 있다. 빨리 읽은 사람이라면 한두시간에도 완독이 가능할 듯하다. 거창한 제목에 비해 생각보다 쉽고 가벼워서 예상을 많이 벗어났지만 그런 좋은 접근성이 이 책을 일본 아마존 종합 베스트 1위에 올려 놓지 않았을까 싶다. 개념도 시대성을 띄고 있고, 내용도 요즘 내용이다. 앞으로도 이런 스낵같은 트랜디한 책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 


사실 읽고 나서 긴 여운이나 깊은 깨달음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자 컨셉인 '프로세스 이코노미' 이 두 단어는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긍정적인 화두를 던져 줬다. 


놀라웠던 건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개념도 저자가 만들어낸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당당하게 밝히는 게 좋아 보였다. 사실 그 개념의 중요성을 알고 거기에 나름의 관점을 얹고 강한 컨셉으로 다시 묶어내 책으로까지 만든 건 오바라 가즈히로 저자 자신이다. 개념에 맞는 내용들을 여기저기에서 가져와 이어 붙여 편집한 듯한 책의 구성이 곧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완성해가는 '프로세스'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책의 내용보다 그런 과정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전에 이미 읽고 봐서 알던 여러 사례들도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그릇에 담긴 걸 보여주니 새롭다. 각각의 의미있는 단위 조각들이 하나의 맥락 위에 나란히 줄을 세우니 다르게 보인다. 이런 과정의 편집력이 저자의 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야기의 조각들은 사실 우리 주변에 널려있지만 그걸 모으고 이어 하나의 큰 덩어리로 만들어 내는 건 쉽지 않는 일이다.


책 만드는 과정에서 저자는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함께 책의 내용에 관해 의논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 책 자체가 철저히 이코노미 프로세스의 실행에 의해 탄생한 결과물인 셈이다.


예전부터 나는 책 한권은 하나의 큰 생각, 강력한 컨셉의 집합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 면에서 보면 책은 하나의 훌륭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브랜드 또한 하나의 강력하고 차별적인 생각의 집약이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책이 브랜드라면 그 걸 만드는 과정은 브랜딩이다. 보통 책 한권은 하나의 중심 컨셉을 가지고 있다.그리고 그 컨셉을 설명하기 위한 부제목들이 있다. 부제목은 다시 다수의 소제목으로 목차를 형성한다. 낱장이 다 따로면서도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두께감 있는 의미로 묶여 있는 것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이 걸 묶어내는 게 브랜드 컨셉이다. 여러가지 개별적 요소들이 있고, 각각의 메시지들이 있지만 그 것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담아내는 그릇이 브랜드 컨셉이다. 컨셉은 하나라도 그걸 풀어낼 내용들은 각기 다르게 또 같은 말을 해야한다. 개별적인 동시에 통합성을 지닌다. 이렇게 브랜드 컨셉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요소의 관계 사이 사이를 정의 내리고 질서를 잡는 일이 브랜딩이다.


책은 페이지라는 순차적인 시스템으로 나열되고 펼쳐진다. 하나의 책이라는 두께로 엮어진다. 브랜딩은 브랜드의 구성품들인 전략, 스토리, 디자인 등으로 풀어낸다. 동시에 하나의 의미로 통합되어 구축한다. 그런데 이걸 위해서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프로세스’의 다름이 곧 브랜드의 차별성으로 나타난다. 차별성은 곧 그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으로 완성되고 결국에는 고객의 인식 속에 자리 잡는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결과의 아웃풋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이는 고정된 아웃풋이 반드시 좋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아웃풋의 맹신에서 벗어난다. 과정이 좋은 브랜드가 반드시 결과과 좋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던 브랜드를 살펴보면 대부분 그렇게 될만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프로세스를 무시한 성공적인 우연은 별로 없었다. 반대로 그럴만한 성공적 결과의 이유 대부분 프로세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컨셉을 보면서 내가 하는 일에도 적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겻다. 바로 ‘프로세스 브랜딩’이라는 개념이다. 브랜딩이란 과정의 산물이고 진행(-ing)해 가면서 의미가 생긴다. 이런 생각이 중시이 되어 결과 뿐 아니라 프로세스가 중심이되면 브랜딩이라는 일의 방식도 변해야할 것이다. 아웃풋은 보고 따라하기 쉽지만, 프로세스를 제대로 따라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되면 비슷비슷한 결과물에만 목메일 필요없이 과정 상에서의 방식을 더 깊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프로세스 과정 하나 하나가 브랜딩의 가치가 되고 의미를 담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그 마음도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담길 것이다.


살아 온 세월 만큼의 과정과 생각과 기분은 우리 얼굴 안에 드러난다. 행동으로 나타난다. 과정은 결국 우리 눈에 보인다. 그 과정 사이 사이에 우리의 감정과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인간적인 '프로세스'일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코노미도 브랜딩도 모두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문화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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