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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Aug 26. 2022

세상을 보는 렌즈 ‘관점’

경험이 탑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렌즈가 느는 것

세상을 보는 렌즈가 다양 해질수록 사는  흥미롭다. 내가 가장 오래   렌즈는 아무래도 가장 오래 공부하고 가장 많은 작업을   디자인라는 렌즈가 아닐까 싶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길 시점인 고등학교 때부터 쭈욱 그래 왔다. 시각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고 민감한만큼 그것들에 금세 매혹되곤 했다.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봐도 질리지 않던 외국 디자인 잡지들을 보는  가장 신나고 흥분되는 일이었을 만큼 시각적 자극과 매력에 몰두한 시기도 있었다. 티비라는 영상 매체에 꽂혀 있었던 이유도 그곳에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들을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느꼈던 짜릿했던 감각들이 아직도  몸에 생생히 각인되어있다.


취업 후에는 브랜딩이라는 렌즈를 추가했다. 디자인보다 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서 시각디자인보다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오히려 그런 매력때문에 관심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브랜딩이라는 렌즈는 지금 내 눈의 가장 맨앞에 항상 놓여있다. 사람, 사물, 기업, 심지어 종교나 단체까지 우리가 사는 세계와 관계를 브랜딩이라는 렌즈로 보면 해석하지 못할 게 없다. 그만큼 폭넓고 광활한 크기의 렌즈다. 그런 면에서 브랜딩이라는 일을 선택한 게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사업을 하면서부터는 비즈니스라는 렌즈를 끼고 보게 됐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지 눈여겨보게 됐다. 내가 구매하는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사업을 하는 주체이기도 하니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두개의 렌즈를 끼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 렌즈만 끼다가 생산자라는 렌즈를 끼니 소비자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더 잘 보인다. 생산자들의 이해 못할 행동도 일정 부분 이해가 간다.


최근에는 투자의 렌즈도 장착 중이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어떤 산업이 성공할지 그럼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할지를 생각해보는 일이 재밌다. 작은 금액이지만 배운다는 기분으로 투자하고 있다.


결혼을 하고는 기혼자의 렌즈로, 아이가 생기고는 아빠의 렌즈로. 이 렌즈들로  바라보는 세상은 또 얼마나 많이 달랐던가. 렌즈들이 하나씩 늘어나니 시력이 더 좋아지는 기분이다. 침침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개안을 한 것처럼 시원하게 보이기도 한다. 실제 내 눈의 시력은 점점 약화되고 노화가 되어가지만 이런 다양한 관점의 렌즈가 더해지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양한 렌즈들이 레이어드 되면서 하나의 관점으로 굳어져 있던 생각들이 바뀌기도 한다. 한방향 한곳만 보던 시점들의 다양성도 생겼다.


사장이 되어 보니 심성이 예쁜 것도 좋지만 일을 잘하는 게 훨씬 더 예뻐 보인다. 부모의 렌즈로 보니 그냥 이유없이 더 예쁜 아이가 있기 마련이었다. 소비자의 렌즈로 보니 상품의 기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상품이 나를 대변하는 것 같은 마음 때문에 고르게 된다. 판매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구매자 개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투자의 렌즈로 보니 주식 자체가 좋을 것도 중요하지만 주식 자체가 가진 매력과 인기가 더 중요하기도 한다. 이전에는 모두 반대로 보였던 것들이거나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하나의 렌즈에서 여러개의 렌즈가 겹치면서  새로워지고  다채롭게 세상을   있어 좋다. 다만  렌즈들에 미리 색을 입히는 일이나, 투명한 렌즈에 일부러 흠집을 내서 쓰는 일은 없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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