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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Dec 06. 2022

기대에 기대

괜한 기대란 없으니까

새벽 4시에 일어나 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수해 전 여행을 위해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눈을 뜬 후로는 처음입니다. 물론 알람에 의지하긴 했지만 아침잠이 많은 편인 제가 딱 그 시간에 일어난 게 신기하기만 하네요. 이 게 다 그 ‘기대감’ 때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뭔가 우리 대표님이 일을 낼 것 같다’ ,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뭔가 해낼 것 같다.’, ‘브라질 관중들의 우리 실력을 보고 아연실색을 할 것 같다.’ 이런 기대를 은근히 하게 되고 그걸 확인하고 싶으니 눈이 번쩍 떠지는 게 아닐까요?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마음으로라도 함께 뛰고 싶다는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요.


오늘도 그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팀과의 승부이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해서 기대한 만큼 실망이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도 굉장한 일이잖아요!


축구 경기도 그렇지만 기대가 항상 충족되는 일은 살면서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낼은 잘 되겠지라는 기대, 이번에는 다를 거라는 기대, 저 사람은 다를 거라는 기대, 이 투자는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기대,,,,이런 것들도 여지없이 때론 잔인할 정도로 우리의 기대를 무너뜨립니다.


사회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기대주들이 생겨나는지 모릅니다. 세상을 바꿀 것 같은, 업계의 지형을 바꿔 버릴 것 같은,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것 같은 기대주들이 해마다 생겨납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주들의 결과도 우리의 기대만큼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기대주의 능력은 같은데 사람들의 기대만 잔뜩 들어가 거품이 일 때도 많습니다.


이렇듯 기대주는 말 그대로 기대주로만 끝나버리고 완성주, 결과주로 만들어지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수많은 기대주들이 있어 정말 우리가 기대했던 선수가 나타난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기대와 염원의 에너지가 담겨서 말이죠. 


실패가 있더라도 이뤄 지진 않더라도 계속 기대하고 싶습니다. 물론 하는 건 없는데 기대만 잔뜩 하는 ‘기대에 기대는 일’을 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할 만큼 하고 기대도 그만큼 계속해야겠다는 말입니다. 그럼으로써 그런 그 기대가 목표를 향해가는 연료가 되어 아니 연료 첨가제가 되어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말입니다. 다만 연료첨가제의 성능은 광고에서 보이는 엄청난 괴력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효과가 크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갖는 기대감이란 것도 이런 비슷한 심리 작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대가 비록 결과로 이어지진 않다라도 계속해서 기대하고 기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대와 염원이 없었다면 아마도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루지 못했을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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