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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Feb 19. 2023

양쪽 날개로 날듯 생각하기

대학 졸업 후 신입 디자이너 면접에서 ‘당신은 감성적인 디자이너냐 이성적인 디자이너냐’는 면접자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둘 다 필요한건데 왜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느냐고 반박 했을테지만 그렇게 하진 못했습니다.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실제 대답은 ’이성적인 접근을 더 중요하고 그렇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라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면접자의 의도가 왠지 둘 중 하나의 답을 요구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혼자서 판단하길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감성적이고 감상적인 측면이 워낙 강하니 나는 그들과는 달리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면을 강하게 어필해야 유리하겠다고 판단 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잘 통했는지 좋은 결과도 얻었구요.


디자인의 예를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일방으로 통하는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이거 아니면 저게 아니라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될 때도 많고요. 이럴 때가 있으면 저럴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해서 됐던 게 내일은 절대 안될 때도 있고, 저번에 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 잘됐던 게 이번에는 전혀 안 통할 때도 있습니다. 이것 저것, 이때 저때, 둘다 구분할 거 없이 다 중요하고 어느 하나를 포기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은 이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자인이 예술이냐 상업이냐는 질문에도 비슷한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예술이기도하고 상업이기도해야 하는거죠. 예술적인 건 절대 없고 상업적인 것만 있어야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나는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디자이너다.‘거나 ‘나는 디자인을 예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접근한다’ 이게 더 이상적이죠. 실제 그렇게 하긴 어렵더라도 일단은 그렇게 생각해야 도움이 됩니다.


브랜딩을 할때도 변화와 본질 중 어떤 게 중요한지를 가르는 것도 의미 없습니다. 본질을 지키돼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브랜드가 오래도록 살아남으니까요.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이런 유연한 생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성격도 비슷해요. MBTI라는 심리 파악 도구가 유행하다보니 ‘E’인지 ‘I’인지하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많이 쓰고 있는데요. 저는 이것도 좀 경계해야할 듯 싶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극히 ‘E’의 성향이지만 어떤 상황(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중요한 발표를 앞 두고)에서는 ‘I’로 돌변할지 모릅니다. 그 반대 상황도 가정할 수도 있겠구요.


1인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두가지 마음을 동시에 가져야할 때가 정말 많습니다. 어쩌면 모순되는 감정을 한 마음에 두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죠.


그 중에서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앞으로도 계속 해갈 생각은 이 두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담대한 마음을 먹으며), ’뭐라도 해놓자‘(미래를 준비해가며). 양쪽의 다른 생각을 하며 둘 다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재밌는 일을 하느냐 잘하는 일을 하느냐? 좋아하는 일을 하느냐 잘하는 일을 하느냐?라는 질문도 바꿔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 중 어느 하나가 아니라 ‘둘 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로 바꿔야합니다.


제가 찾았던 답의 대부분은 이 쪽이나 저 쪽에 확 치우쳐 있는 게 아니라, 이 쪽과 저 쪽의 중간에 있었습니다. 이분화된 생각을 버리고 중간지대에 서성이다가 답을 마주칠 때가 많았습니다. 양쪽의 기회를 살피고 양쪽을 다 신경 쓰면서 양 날개로 날아갈 때 보이는 것들입니다.




양 날개로 생각하면서 5년간 1인 회사를  운영했던 경험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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