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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Feb 23. 2023

스케치에서 아이디어로

프로젝트명_스케치.ai에서

프로젝트명_아이디어.ai로

바꿔 표기한 이유


브랜드 디자인을 위해 일명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ai(그래픽 전문 프로그램)를 습관적으로 엽니다. 이 도구는 특히 로고나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목수들의 망치나 톱과 같은 도구입니다. 디자이너들에겐 기획자들이 쓰는 워드 .doc 나 파워포인트.ppt 같은 거죠. 몇년 쓰다보면 이 프로그램들의 단축키도 익숙해지고 마치 게임하듯 키보드 자판과 마우스를 다를 수 있게 됩니다.


버전이 업그레이드될수록 어마 어마하고 편리한 기능들이 추가되지만 지금까지 수십년동안 거의 10회 이상의 업그레드가 진했 됐지만 제가 쓰는 기능은 사실 몇개가 안됩니다. 처음 썼던 기능들을 거의 반복하는 기분입니다. 이 외의 기능은 아직도 큰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도구가 발전하니 몇 시간 걸려서 하던 고된 작업의 시간이 줄어드는 장점은 있습니다. 가령 몇시간 걸려서 따내던 오브젝트의 외곽선을 단 몇초만에 해결한다던지, 입체로 된 형태를 단번에 만들 때가 그렇죠. 시간과 힘을 단축 시켜주지만 그닥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도와주는 느낌은 아닙니다. 결국 이 게 다 내가 의도한 표현을 잘 구현해내기 위한 기술적이고 기능적인 도구들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이런 유용한 그래픽 프로그램이라는 도구가 장벽이 될 때도 있습니다. 거기에 갇혀 작업하다보면 그 안에 표현되는 표현법, 기술들에만 현혹될 때가 많죠. 생각도 그 안에 머무릅니다. 전후가 바뀐거죠.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인데 어느 순간부터 그 도구라는 틀안에서 생각하게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이런 순간에 빠져나올 장치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첫번째 한 일이 디자인 작업 파일의 이름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프로젝트명_스케치.ai에서 프로젝트명_아이디어.ai로’ 사실 바뀐게 딱 한단어 뿐이죠. ‘스케치’가 ‘아이디어’로 바뀐거죠. 지금 내가 스케치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 발산을 위한 도구를 쓰는 거라고요. 스케치가 프로젝트 과정이라면 아이디어는 프로젝트의 해결을 위한 결과값이니까요. 스케치가 기술과 기능의 측면이라면 아이디어는 개념과 기획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이 도구들을 쓰는 이유는 좋은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파일명을 바꾼 건 프로그램의 기능에만 갇혀 있지 않게 해주는 좋은 장치였습니다. 작업을 저장하는 순간마다 파일 제목을 마주치게되고, 작업이 끝나서는 프로젝트의 과정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단어 하나에 생각이 바뀌고 더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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