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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un 11. 2023

이걸로 충분하다 vs 조금만 더해보자

'이걸로 충분하다’, ‘조금만 더해보자’ 이 두 마음이 하루에도 몇번씩 충돌합니다. 내 생활 수준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주변과 비교해보면 내 처지가 참 많이 부족해 보일때가 있습니다. ‘이걸로 충분하다’는 마음은 점점 ‘조금 더 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변합니다. 그런 영향을 주는 사람이 한사람이 아니라 자주 또 많이 보인다면 그 마음은 더욱 커지죠.


‘조금만 더해보자’라고 열의에 불타있다가도 내가 신경 쓰고 해준 노력에 비해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그 마음이 금방 식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뭐하나 싶죠. 그럴 땐 마음이 금방 ‘이 정도면 됐다’ 모드로 바뀝니다. 원래 하던대로 딱 할만큼만 하게됩니다.


그렇게 보면 모든 걸 충분하다고 만족하는 것도 문제고, 모든 게 불만족스러운 것도 문제입니다. 이럴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를 고민하던 때 국민 배우 김혜자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고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리포터가 이런 질문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김혜자 선생님의 답은 대략 이랬습니다. ‘산 속에 정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그 정자는 물도 좋고 모양도 좋고 함께 있는 사람들까지 좋다고 그래요. 근데 그런 일이 실제 우리 삶에서 일어날까요? 아니예요. 저는 그런 적을 한번도 보거나 경험한 적이 없어요. 정자가 좋으면 물이 흐리지 않을수도 있고요. 물도 좋고 정자도 좋지만 거기에 함께 하는 사람이 별로일 수도 있잖요. 그런 생각을 하면 영화를 찍든 뭘하든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22년간 방영된 전원일기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신 하셨죠. 한 분야에서 득도하신 분의 대답다웠습니다. 배경없는 백색의 공간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 인터뷰를 들으며 내 머리 속에는 산 속 정자에 앉아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김혜자 선생님을 잠깐 상상하게 됐습니다.


맞습니다. 내가 다 만족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없습니다. 뭘 하나를 포기해야죠. 다 가지려는 건 욕심이죠.

김혜자 선생님의 말을 떠올리면서 내 욕망을 좀 나눠보고 선택하고 집중해 거기에 쏟을 힘을 나눠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욕망의 수위에 차등을 두는 거죠. 내 생활 수준이나 경제 수준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신경을 끄더라도 내가 하는 일에는 조금만 더 해보자는 마음을 가져볼 수도 있겠고요. 그 반대도 가능하겠죠. 내 생활의 수준을 더 풍족하게 하돼 내가 하는 일은 문제가 없을 만큼 딱 적정한 힘을 쏟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두개가 딱 균형을 맞추려는 목표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워라벨이라면 참 워라벨이라는 목표는 그야말로 이뤄지기 정말 어려운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의 욕망은 바랄수록 더해집니다. 그러니 다 좋은 건, 다 만족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럴 땐 욕망의 분야를 나눠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하고 싶은 건 더 해보고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성인군자같은 소리는 말로하긴 쉽지만 사실 실천은 정말 어렵더군요. 저 또한 이 목표가 굉장히 이상적인 거라서 어떨땐 내 일상과 경제 상황을 욕망했다가도 어떨땐 내 능력이나 성취를 욕망할 때도 있습니다. 왔다갔다 우왕좌왕하다가 할 수없이 하나는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러는 과정이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 되기도 하더군요. 뭘 하나를 내려 놓고 덜어내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 이렇게나 힘든 일이구나를 절감하면서 말이죠.


김혜자 선생님 말씀처럼 모든 것이 갖춰진 정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뭐 하나가 마음에 안 차고 부족해 보이더라도 정자를 찾아나서는 노력은 계속 해야나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완벽하고 이상적인 것만 얻기위해 무한정 기다리기엔 삶이 그리 길지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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