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농도가 진한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마음도 더 진한 농도의 마음을 가진 사람에서 얕은 농도의 사람으로 흐른다. 관계에 있어서는 서로에게 마음을 쓰는 강도가 똑같은 순 없기 때문에 한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만날 땐 마음의 농도가 알아서 평균값을 찾아가며 서로의 농도가 맞춰질 때가 있다. 애초에 잘 맞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진한 쪽에서 얕은 쪽으로 흐르다가도 생각을 나눠가다 보면 같아졌다가 다시 그 흐름이 역전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마음의 농도가 균형을 이룬다. 어떤 때는 한쪽이 압축된 농도의 에스프레소였다가 한쪽은 적당한 농도의 묽은 스페셜티 수준 었다가 어떨 땐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이런 마음의 농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재미일 수도, 호기심일 수도, 가능성일수도, 경제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를 꼽자면 성장을 위한 영향력의 요인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더 나아지려는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지금보다 자신이 더 나아지고 싶은 열망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사람을 통해 배울 게 있는지', 배울 게 없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나의 성장과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람이 내가 하는 일에 내 삶에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느껴지면 그때부터는 마음의 농도의 수치는 갑자기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영원할 수는 없다. 한때는 마음이 진했지만, 시간이 지나 한없이 얕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한없이 얕았다가도 점점 마음의 농도가 올라가기도 한다. 이렇게 마음의 농도 차이가 생기고 맞춰지기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관계를 맺고 소원해지고 헤어지기를 반복해 나간다. 태어나길 비슷한 농도의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 관계의 농도가 이런 식으로 결정된다.
요 며칠 사이 몇 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이 가진 농도대로 흐르고 연결되고 오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상대의 넘치는 열정의 농도를 받아 내 열정과 의욕의 농도가 넘치기도 하고, 채우지 못한 마음의 농도를 반대로 내가 채워주기도 했다. 마치 마음의 삼투압 현상처럼 서로 스며들고 스며들어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고 스며든 열정이 각자 꿈꾸는 곳으로 흘러갈 수 있는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변하지 않는 게 없다. 마음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이 모두가 연관된 시간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