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테마는 뭘까? 살면서 그때그때 바뀌는 테마도 있겠지만, 일생에 걸쳐 이뤄나갈 테마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더 테레사의 ‘희생’이나 나폴레옹의 ‘정복’처럼 위인들이나 세울만한 테마가 아니라도 좋다. 평생이라는 시간을 두고 내가 하고 싶은 드넓은 테마를 정해보면 더 큰 차원에서 내 일과 삶을 바라보고 계획하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만일 내가 화장품 관련된 일을 한다면 ‘화장품’을 테마로 잡는 건 불리하다. 좀 더 상위 개념의 테마를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 아니라 ‘뷰티’라는 테마를 잡으면 바르는 화장품에서 먹는 화장품인 건강 기능식품까지 내가 하는 일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뷰티라는 테마로 시작했지만 건강이나 식품이라는 테마까지도 연결될 수도 있다.
만약 이 큰 테마인 '뷰티'라는 범주 안에서 화장품이라는 작은 테마를 잡는다고 해보자. 그 안에는 다시 기초와 색조가 있을 수 있고 기초화장품 안에서도 다양한 갈래로 테마가 나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중 하나의 작은 테마를 파보는 가운데 분명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겠지만 하다 보면 그게 나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를 대비한다면 '화장품'보다는 ‘뷰티’라는 큰 테마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그 테마의 세계 안에서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은 여지가 생긴다. 그렇게 작은 테마로 옮겨가더라도 큰 테마 안에 속해 있다면 그렇게 낯선 영역은 아닐 것이다. 비슷한 영역에서 쌓은 경험과 공부는 뷰티 영역의 어떤 곳으로 가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 경우 디자인 전공할 때부터 ‘브랜드’라는 테마를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브랜드 아이덴티티였는데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포괄성과 확장성 컸던 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십 년 넘게 브랜드 디자인을 하다가 이제는 브랜드 컨셉과 스토리라는 작은 테마를 옮겨가는 중인데 이 건 '브랜드'라는 큰 테마를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찌 됐든 이 모든 게 다 브랜드를 위한 것들이고, 브랜딩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니까.
작년에 브랜드 가치 체계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하면서 처음 접한 HR이라는 분야도 살펴보니 큰 테마는 '사람'이었다. 사람이라는 테마 안에서 조직의 가치와 비전이라는 테마, 진로에 대한 테마, 자기발견이나 성장의 테마, 개인 심리 테마가 있었다. 결국 사람이 성장하고 모이고 조직을 이뤄 나올 수 있는 것들에 관한 '사람'을 움직이는 일이었다.
이런 개념에서 보면 인테리어도 공간이라는 큰 테마를, 영상도 움직임이라는 큰 테마를, 사진도 한 장면 결정적인 장면을 테마를 잡은 후에 그 안에서 작은 테마들을 잡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 커다란 테마를 잡아 놓으면 내가 생각했던 핀에서 약간 어긋나더라도 조금 옮겨가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같은 업이라도 큰 테마의 영역은 넓으니 그 안에서 얼마든지 오갈 수 있고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내가 있는 테마의 세계가 거대하고 넓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영역과 한계가 동시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내가 앞으로 해나갈 일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고 집중력도 훨씬 더 올라가지 않을까. 그에 따른 성과도 좋아질 건 확실하다. 나만의 큰 테마를 잡아보자. 그렇게 내가 개척하고 넓혀갈 영역이 확실해지면 그만큼 내가 살아가는 시간의 밀도도 크게 올라간다. 내가 쓰는 시간의 모든 것들이 나의 테마를 위한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