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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Sep 17. 2021

만약 내가 불로장생을 한다면?

어제 남편이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진짜? 그럼 불로장생을 한다는 거네?"

상대방의 말이 들리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내 귀는 '불로장생'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불로장생(不老長生). 늙지 않고 오래 산다는 의미이다. 젊게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바가 아닐까? 필자도 이제 40대 중반에 들어섰는데 갈수록 '나이 먹어서' '나이 드니까'라는 말을 입에 자주 올린다. 50대 이상인 분들이 들으면 웃을 법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점차 늙어가는 게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리라.


불로장생을 넘어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던 사람이 있었다. 중국 최초로 중앙 집권적 통일 제국인 진나라를 건설한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자신이 세운 진나라가 영원불멸하리라 주장했다. 자신은 1대 황제인 시황제이며 2대, 3대로 이어질 거로 여겼다고 한다. 이에 한술 더 떠서 자신이 불로불사 하여 영원히 황제 노릇을 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었던 진시황은 49세에 생을 마감했고 진나라는 15년 만에 역사 무대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인간의 바람과 달리 모든 인간은 늙게 마련이고 우리의 삶도 유한하다. 그런데 만약, 늙지 않은 채로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진시황이 꿈꾸던 불로장생을 실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것을 보고 실소가 터졌다. 바로 영생을 꿈꾸는 실리콘 밸리 부자들이다. 아마도 부나 권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면 그것을 영원히 누리고 싶어지는가 보다.   


수년째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최근 '알토스 랩'이라는 생명공학 회사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인간 유전자 재프로그래밍의 기술을 개발 중인데 유전자를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편집해서 사람의 노화를 방지하고 나아가 다시 젊게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실리콘 밸리 억만장자들이 노화방지 연구업체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밸리 갑부들은 영생 기술을 높이 사고 있으니 어쩌면 먼 미래에는 인간의 수명이 수백 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내가 불로장생을 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실제라고 생각하면 장생에는 반드시 불로가 따라붙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늙고 병든 채로 삶을 유지한다면 엄청난 고통일 것이다. 아직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나이가 들지 않았지만 젊음을 유지하며 오래도록 사는 걸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불로장생을 상상했을 때 혹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곧바로 '무섭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인간의 욕심대로 살고자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면 인구 포화를 비롯하여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일부 지식인들은 수명 연장이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불평등이 커지고 독재자의 횡포가 장기화되거나 가족 개념이 와해되는 등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영생을 누린다면 사는 재미가 사라질 것 같다. 언젠가 하면 되니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젊음과 시간의 소중함이라고는 모른 채 살아갈 것이다. 내가 하루하루를 가치 있게 보내는 이유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고 젊음은 짧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때 그걸 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늘어만 간다. 늙고 병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 없을 때 이런 후회를 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아이고, 빨리 죽어야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어째서인지 이 말이 "죽기 싫다. 더 살고 싶다"는 역설로 들린다. 아마 나도 죽음이 가까워지면 삶에 집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라고 했던가.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도 어쩌면 우리네 인생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어디로 떠날지는 잘 모르겠으나 '박수를 받으면서' 내 몸과 이 지구를 '아름답게' 떠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니 불로장생 따위는 접어두고 '일기일회 (一期一會)'의 심정으로 오늘을 충실히 살고 떠나야 할 때 미련 없이 떠나리라!   

   


*일기일회 (一期一會) :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을 뜻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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