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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Nov 09. 2021

(칼럼)두뇌유형:완벽주의자의 고백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철저하게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꼼꼼하게 따져본 뒤 움직인다. 한때는 완벽주의자라는 사실이 좋았다. 무언가를 미루거나 용기가 없어 주저할 때 "내가 완벽주의자라서 말이야." 핑계 대기도 좋고 뭐든지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발행한 <교육학 용어사전>에 의하면 완벽주의(perfectionism)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비난이나 비평을 면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말한다.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안 좋은 평가를 받기 싫어하는데 완벽주의자에게는 이 성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타인의 쓴소리와 지적이 유난히 기분 나쁘고 오래오래 곱씹게 되는데 자존심이 아니라 완벽주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네드 허먼의 전뇌 모형*에 따르면, 두뇌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좌뇌와 우뇌, 이성과 감성 중 어느 영역이 더 발달해 있느냐에 따라 이성 좌뇌형, 감성 좌뇌형, 이성 우뇌형, 감성 우뇌형으로 나뉜다. 이 중에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유형은 이성 좌뇌형과 감성 좌뇌형이다. 우뇌보다 좌뇌가 발달한 사람이 완벽주의자일 확률이 높다. 나는 이성 좌뇌형과 점수가 거의 비슷한 감성 좌뇌형이다.


완벽주의자들은 모든 일을 사전에 분석하고 계획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면 더 완벽한 상태가 된다고 믿기에 엄청난 노력과 정성을 쏟아붓는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판단력이 좋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에게는 모범생, 인재로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만족하지 못하고 스트레스, 불안 같은 정신적인 갈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 이들은 경쟁에 집착하여 타인과 비교하고 고통스러워한다.


1년 정도 습관 형성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두뇌 유형을 불문하고 완벽주의자들이 찾아온다. 하루를 좋은 습관으로 채우고 싶고 시간 관리, 자기 관리도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것이리라. 이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다 잘할 필요는 없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애쓰지 말자'이다. 못할 때도 있고 안 되는 때도 있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동안 완벽주의자라는 이름으로 행복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는 완벽주의자들이 꽤 많다. 시대의 변화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던 때에는 완벽한 준비와 엄청난 노력에 따른 성과가 가능했고 그걸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트렌드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김난도 교수는 '바이러스가 바꾼 것은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고 했다. 3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가 6개월 만에 이루어질 정도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완벽하게 준비하려다가는 발 빠른 누군가에게 빼앗기고 만다. 완벽주의자가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그럼에게 불구하고 나는 완벽주의 성향을 완전히 버릴 수가 없다. 대신 전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은 없고 완벽하다는 기준조차도 애매하다. 특히 집안일이나 육아처럼 꼭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에는 잘하려는 욕심을 버렸다. 다른 사람한테 잘 보이거나 비난, 평가를 면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대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에만 완벽하게 몰입하고 타인의 평가보다 나의 만족감을 우선시한다. 나는 계속해서 행복한 완벽주의자로 살고 싶다.       



*용어 설명

1)전뇌모형(Whole brain model): 로저 스페리의 '좌뇌- 우뇌 두뇌 모형'과 폴 맥린의 '삼위일체 두뇌 모형'을 결합한 것. 기존의 단순한 좌우 구분에 대뇌피질(이성)과 변연게(감성)의 기준을 추가해 두뇌를 4사분면으로 분할하여 나누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은영 칼럼니스트는 국제뇌교육대학원 석사를 취득한 국가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다. 일류두뇌연구소 대표이자 온라인 프로그램 ‘체인지U 스쿨’을 운영 중이다. 뇌교육과 부모교육 전문강사로 15년 동안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글쓰기, 책쓰기, 습관코칭, 감정코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강의와 저술 활동으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리는 중이다.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이 글은 한국강사신문 칼럼으로 실렸습니다

http://naver.me/5oQRN9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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