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아, 먼저 축하해! 아빠와 형을 제치고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한 사람으로 뽑힌 거 말이야.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일까? 떠올렸을 때 내 가족, 사 씨 삼부자가 먼저 떠올랐어. 셋 다 남자에 사 씨, 엄마 혼자 여자에 강 씨, 매일 나를 웃게도 울게도 하는 사람들.
셋 중에서 한 사람을 고르는 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고심 끝에 널 뽑았어. 우리 윤성이를 떠올리면 엄마는 절로 미소가 지어져. 그리고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하면서 코끝이 매워지지. 참 예쁘고 사랑스러운 너를 미숙아로 낳은 엄마는 평생 이런 마음이 들 것 같아.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게 엄마의 마음이란다.
처음 널 보았을 때 유리창 너머 인큐베이터에 있었지. 29주 만에 태어나 두 달 동안 엄마 품에 안기지도 못한 내 아들. 쌍둥이 동생과 함께 누워 있는 널 보며 매일 눈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어. "제발 살 수 있게만 해주세요!" 다행히 너는 두 달만에 퇴원을 했고 널 품에 안으니 비로소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진정되더구나.
네가 퇴원하고 일주일도 안되어 민성이가 하늘나라로 떠났어. 생애 처음으로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간절히 바라고 바라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단다. 동생이랑 똑같이 생긴 네 얼굴을 보며 이렇게 예쁜데 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부질없는 생각도 수시로 했지. 뒤집기와 배밀이가 무척 느리고 돌이 다되었는데 혼자서 앉지도 못했지만 발달이 느려서 그렇다는 의사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어. 다시 검사를 하고 뇌 손상 판정을 받은 날, 엄마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단다.
처음엔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장애 등록을 하고 나자 네 미래가 걱정되어 잠까지 설쳤어.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망할 사람이 없어서 나를 탓하고 원망할 수밖에. 내가 온전히 책임지고 이겨내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단다. 그래서 엄마는 하던 일, 공부까지 다 때려치우고 재활 치료에만 집중했어. 엄마 스타일 알지? 마음먹은 일은 아무도 못 말리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 거.
10년을 재활치료에 사활을 걸었더니 점점 나라는 사람이 희미해져 가더구나. 웃음을 잃고 말에는 가시가 돋고 마음은 어둡고 무거운 것들로 가득 찼어. 네가 정말 밝고 예쁜 아이라 더 미안하고 안타까웠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믿었기에 장애를 없애보려 했고 가능하다고 생각했어. 꼬박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장애의 유무보다 너의 행복,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지.
내게 가장 소중한 한 사람, 윤성아!
너는 앞으로 두 사람 몫을 살아야 해. 동생의 몫까지 행복해야 해. 엄마의 과한 욕심이라도 너는 반드시 그래야만 해. 왜냐하면 너는 그럴 만한 그릇이고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우리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 엄마 아빠 형한테 웃음을 주는 해피 바이러스. 사춘기가 되고 어른이 되어도 지금처럼 밝고 사랑스럽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부디 바란다.
엄마는 너를 키우며 인생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고 삶의 의미를 다시 찾고 있어. 비교와 경쟁, 성공보다는 지금처럼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변화와 성장, 행복을 만들어가며 살고 싶단다. 윤성이가 크면 엄마와 함께 강의 다니고 같이 책도 쓰면서 힘을 보태주었으면 해.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엄마는 너와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너로 인해 가장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너로 인해 단단해지고 참 행복을 알았으니, 넌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야. 사랑해 윤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