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 나는 깡마른 몸이었다. 엄마는 목욕탕에 갈 때마다 잘 먹는데 왜 살이 안 찌냐며 애꿎은 등짝만 벌게지도록 때를 밀어주곤 하셨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를 하면서부터 어쩐 일인지 살이 아래로만 붙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엉덩이로 살이 모여들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 어느 날, 남자 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얘 걸을 때 엉덩이 씰룩거리는 거 봐라. 오리궁둥이네." 심지어 지나가는 내 엉덩이를 손으로 치기까지 했다. 걷는 모습을 몰랐던 나는 충격과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명백한 성희롱이지만 당시만 해도 사소한 장난으로 치부되던 때였다. 그때부터 오리궁둥이는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콤플렉스가 되어 버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년간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에 열심이었던 나는 남달리 튼실한 오리궁둥이를 얻었다. 공부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고 중요하지도 않았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곧바로 남자 친구를 사귀면서 오리궁둥이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아무리 허리를 곧게 펴고 엉덩이를 작게 보이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20대 초반에 여성전용 헬스장에 가서 일대일 PT를 받기에 이르렀다.
요즘에야 애플힙이 대세이고 여성들의 워너비 몸매가 되었지만 20년 전까지만 해도 큰 엉덩이는 오리궁둥이라며 천대받았다. PT를 받을 때도 하체 살을 빼려고만 했지 엉덩이를 탄탄한 근육으로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고 방법도 몰랐다. 다행히 자존감이 높았기에 큰 스트레스는 없었지만 쇼윈도에 걷는 모습이 비칠 때면 신경이 쓰였고 크고 처진 엉덩이가 싫기는 매한가지였다.
스무 살에 만난 남자 친구가 남편이 되고 40대가 된 지금,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미의 기준도 변화했다. 많은 여성이 크고 탄탄한 애플힙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뱃살이 없고 엉덩이가 큰 나는 힙업 운동과 복근 운동을 집중적으로 해서 가는 허리와 동그란 애플힙을 갖게 되었다. '하비, 저주받은 하체'라며 스스로 비하했던 몸인데 기본 크기가 있으니 애플힙이 쉽게 만들어졌다. 오리에게 미안하지만, 미운 오리 새끼가 드디어 백조가 된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나 보다. 콤플렉스였던 오리궁둥이에서 벗어나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애플힙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덕분에 뒷모습은 20대 못지않다는 소리를 듣고 꾸준히 관리해서 60대에 실버 모델이 되려는 새로운 꿈도 생겨났다. 단지 보기 좋은 몸매가 아니라 건강하고 체력이 좋은 몸으로 가꾸기 위해 규칙적인 수면, 식이, 운동 습관도 수년간 꾸준히 지키고 있다.
"나는 오리궁둥이라 바지를 못 입어." 얼마 전 동네 언니가 이런 말을 했다. 시대가 변하고 미의 기준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콤플렉스 안에 갇혀있는 듯했다. 큰 엉덩이는 조금만 노력하면 애플힙이 될 수 있는데 안타까워서 힙업과 중대둔근 운동을 하라고 말해줬다. 실천을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니 내 역할은 거기까지다.
한 때의 약점이 영원한 약점은 될 수 없다. 콤플렉스가 강점이 되고 개성이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다만 그 순간을 잘 잡아내고 강점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약점도 있다. 그래서 고집이 세고 독불장군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약점은 한 번 결심하면 누가 뭐라든 밀고 나가는 끈기와 강한 정신력의 다른 이름이다. 여러분의 미운 오리 새끼는 무엇인지, 백조로 재탄생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떠올려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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