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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May 10. 2021

나는 울고만 있었다

햇살이 눈부신 5월의 봄날, 

학교 옆 놀이터에서

나는 홀로 울고 있었다.


뛰어노는 아이들 옆  

수다를 떠는 엄마들 사이에서

나는 홀로 울기만 했다.

      

뒤뚱뒤뚱 느린 걸음으로 친구를 따라다니는 아이

계속해서 무시하는 친구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을까

아무리 뛰어도 따라잡을 수 없을 땐

얼마나 큰 좌절을 할까


그 화창한 봄날에

나는 울고만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이다.

학교옆 놀이터에서 같은 반 친구들과 놀고 엄마들은 옆에 서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둘째는 자주 넘어지는데다 애들도 많았기에 눈길을 자주 줄 수밖에 없었는데 계속해서 한 친구 이름을 부르며 따라다니고 있었다. 키가 크고 걸음도 빠른 친구라 참 힘겨워보였다. 그 친구는 귀찮은건지 대답은 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았지만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라 뒤뚱거리며 계속 뒤따라갔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났다. 눈물샘이 고장나고 목구멍에 돌덩이는 시도때도 없이 걸리던 때였다. 그냥 대답 한번 해주지 원망스러운 마음 하나, 애쓰며 따라다니는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 하나, 무시하는 친구 모습에 상처받을 걱정 하나, 앞으로 이런 일들을 종종 겪을 거라는 두려움 하나하나가 모여 눈물로 흘러내렸다. 당시에 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마음 놓고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이처럼 엄마가 해줄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생겨났다. 무시하는 친구에게 "얘!친구가 부르고 따라오는데 왜 대답도 안하니?" 라며 따져 물을 수도, 그 친구 엄마에게 아들 교육좀 제대로 시키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럼 아이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엄마에게 의지하는 마마보이가 될터였다. 오로지 아이가 겪어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장애아에게 독립심과 자립심을 심어주고 지켜보는 일은 뼈를 깎는 고통과도 같은 일이다.


나는 정말 강한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때때로 울기만 한다. 어제도 같이 축구를 하려고 나갔는데 같은 반 친구가 농구를 하고 있었다. 10분 정도 즐겁게 축구를 하다가 재미가 없어졌는지 아이는 농구하는 친구를 구경했다. 한참을 같이 지켜보고 있는데 아이가 나보고 그만 집에 들어가라고 하는거다. 그 친구는 아이와 같이 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엄마랑 놀자고 아무리 설득해도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 뒤돌아보면서 걷는데 축구공을 들고 친구를 지켜보는 아이의 모습에 나는 또 울고 말았다. 


얼마나 더 울어야 무뎌질까?

얼마나 더 아파해야 강해질까?


아마도 평생 이럴 것이다.

그래도 아이만 잘 자랄 수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나는 평생 아파도 좋겠다. 

부디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다.    





저는 <일류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라는

두 권의 책을 발행한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브런치에 연재하려고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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