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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May 11. 2021

가장 쓰기 힘든 이야기: 하나

그 날의 기억-1

세 번째 책을 쓰고 있는 요즘,

6개월 만에 초고부터 출간까지 마쳤던 두 권의 책과는 달리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처음 책을 쓰려고 할 때 가장 쓰고 싶었던 건 조산으로 인해 장애아가 된 둘째 아들 이야기였다. 하지만 첫 번째 책으로는 위험하다는 조언을 듣고 한 달 넘게 주제를 놓고 고민했는데 그만큼 가장 하고 싶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일주일 만에 초고를 완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이면 끝날 사전 작업부터가 막히니 어찌 된 노릇일까?


벌써 11년이나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힘들었던 그 일을 꺼낼 용기가 부족한가 보다. 그리고 나의 심장은 그 이야기를 쓰면서 펑펑 울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새벽부터 목 놓아 울 수도 없는 일인데'라고 생각하다가 '혼자 있으니 울기 딱 좋네!'라는 우스운 생각마저 든다. 어찌 됐든 나는 둘째 이야기를 하려면 숨조차 쉬어지지 않았던 그 날의 기억들을 꾸역꾸역 꺼내야만 한다. 그럼 엉켜버린 실타래가 풀어지듯이 그 이후의 이야기도 술술 풀릴테지.  




2010년 6월의 어느 날,

둘째로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다. 이미 4살 난 아들이 있었고 뱃속의 아이들 역시 아들이라는 암시를 받았다.

아들만 셋이라니!

처음엔 다소 충격이었지만 이내 일란성쌍둥이를 예쁘게 키울 꿈에 부풀었다. 평소에도 아이를 예뻐해서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에는 결혼하면 셋은 기본이고 넷까지 낳을 거라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했던 터였다. 건강하고 똑똑한 큰아이와 뱃속의 쌍둥이, 배불뚝이 아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편까지, 지금 떠올리면 더없이 행복했던 순간이다.



일이 터진 건 정밀검사를 실시한 직후이다. 갑자기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고 당겼는데 병원에 갔더니 양수과다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걷지도 못하고 구급차에 실려서 갔는데 다시 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에 가서 입원해야 했다. 다섯 살이던 큰아들은 엄마와 생이별을 한채 외갓집으로 보내졌다.


악몽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양수를 몇 번 빼내고 편안해졌다 싶었는데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핏줄 하나가 연결되어 한 아이에게만 혈액이 공급되고 있기에 둘 다 위험하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를 홀로 휠체어에 앉은 채로 들었다. 아직 30주도 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수술을 해서 아이들을 꺼내야 한단다. 여의사 선생님이었는데 냉정하기도 하지! 이런 이야기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로부터 며칠 뒤, 다시 많아진 양수로 인해 배와 허리가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더는 양수를 빼면 위험한 상황이라 응급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쌍둥이는 29주 3일 만에 세상에 태어났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라는

두 권의 책을 발간한 일류 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브런치에 연재하려고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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