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년 전,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고 깊었던 때가 초등학교 입학 전후였다. 걷는 모습을 보고 놀리거나 왜 그렇게 걷냐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을텐데 어떻게 하면 잘 대처하게 할 수 있을지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예상대로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왜 이렇게 걸어? 친구들이 자꾸 물어봐
그동안 수없이 고민했기에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나갔다. 엄마 뱃속에서 일찍 태어난 일, 뇌출혈로 뇌의 일부분이 손상되어 걷는 모습이 부자연스럽고 발달이 느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 해주었다. 아마도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을 거다. 겨우 여덟살의 나이에 친구들과 자신이 다름을 받아들이기란 힘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아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친구들이 물어보면 자신이 일찍 태어났고 다리가 다쳐서 그렇다고 말할 거라 했다. 기특한 마음에 꼭 안아주며 혹시나 놀리거나 괴롭히는 친구가 있으면 엄마와 선생님께 반드시 얘기해야 한다고 다짐을 받았다. 더불어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는 불쌍한 아이라는 말도 함께 전했다. 그러자 대뜸
내가 불쌍하지 왜 걔들이 불쌍해?
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리라곤 상상을 못했기에 놀랍기도 하고 아이의 그 한마디가 훅 치고 들어와 눈물샘을 건드렸다. 아아, 여기서 내가 울어버리면 정말 자신이 불쌍하다고 여길텐데...
마음을 다잡고 아이에게 측은지심(惻隱之心)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자신보다 약하고 부족한 친구를 봤을 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놀리고 괴롭히는 나쁜 마음(나뿐인 마음)을 쓰는 사람이 있다. 좋은 마음을 쓰지 않고 나쁜 마음을 쓰기 때문에 그 아이가 불쌍한 거다. 나뿐인 마음을 쓰는 사람은 좋은 마음을 쓸 줄 모르기 때문에 불쌍하게 여겨야 한다.
어느 정도나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그 이후로 종종 자신을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쟤는 나쁜 마음을 쓰니까 불쌍해"라는 말을 하곤 했다. 아이에게 측은지심의 마음을 심어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에 상처가 남을 터였다. 가능하면 아이의 마음에 독(毒)과 상처가 남지 않도록 미리 처방을 해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열두살인 지금까지 아이는 주변의 시선과 은근한 괴롭힘 속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엄마가 바라는대로 마음에 그 어떤 독도 없는 상태다. 3학년 때 자신을 무시하며 따돌리는 친구가 있었는데 아직도 종종 '그 친구 참 안됐다'며 진심으로 안타까워 한다. 겨우 열두살이지만 마음은 거인인 우리 아들, 그 큰 마음 그릇이 세상 모두를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부족한 엄마는 오늘도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