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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May 19. 2021

친구의 괴롭힘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

뇌성마비 장애아 양육 이야기

엄마 아빠의 염려와 달리 둘째의 학교 생활은 매우 평탄했다. 매일 하교 후에 곧바로 재활치료를 하고 돌아오는 힘든 일정을 이어갔다. 가장 염려했던 부분은 친구들을 잘 사귈 수 있을지, 괴롭히는 친구를 어떻게 할지였는데 다행히도 타고난 밝은 성격과 친화력으로 친구들을 곧잘 사귀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서서히 괴롭히는 친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키가 크고 운동을 잘하는 친구인데 지나가면 툭 치고 발을 걸어 넘어트리기도 했단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특별한 일이 있거나 다투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하는 행동이었다. 몸에 힘이 부족하고 걷는 게 불안정한 아이라 살짝만 밀어도 넘어지기 때문에 그 말을 듣고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장 선생님께 알릴까? 그 친구 엄마한테 전화를 할까? 하교하는 길에 직접 만나서 따끔하게 혼을 내줄까? 화도 나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앞으로 학교 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겪을 텐데 첫 단추를 잘 꿰야만 했다. 선생님이나 그 친구 엄마한테 말하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기는 하다. 초등학교 1학년이고 특별한 이유 없이 그랬다면 훈육으로 태도가 고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른이 개입하면 어른들이 없는 곳에서 나쁜 행동을 할 우려가 있고 선생님이나 부모님한테 이 일로 많이 혼난다면 보복 심리가 생겨 괴롭힘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거였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시나리오가 그려졌지만 아이한테 방법을 묻기로 했다. 어린아이는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엄마가 대화를 통해 답을 유도해 나가면 스스로 답을 찾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뇌한테 물어봐"라고 했다.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선생님한테 얘기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역시나 답은 아니오다.  


"네가 어떤 행동을 하면 그 친구가 무시하지도, 때리지도 않을까?"라고 했더니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신이 직접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겠단다. 아주 좋은 방법을 잘 생각했다며 칭찬해 준 뒤 겁먹지 말고 평소에 형한테 하는 것처럼 당당하고 야무지게 말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 결과가 너무도 궁금하여 하교하자마자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아주 멋지게 잘 이야기했다는 거다. 뭐라고 말했는지 묻자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자꾸 때려?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건 나쁜 짓이야! 나 5학년인 우리 형도 이겨. 너 자꾸 그러면 내가 가만히 안 둔다." 

라는 귀엽고 깜찍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그 친구는 놀란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단다. 이후로 친구의 괴롭힘은 말끔히 사라졌다.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커진 것은 물론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3학년 때 한번 더 일어났는데, 반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에 센 A라는 친구가 아이를 함부로 대하고 놀이에 껴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1학년 때의 경험으로 이 친구한테도 직접 말을 했는데 어쩐 일인지 은근한 따돌림이 계속되었다. 대놓고 때리거나 괴롭혔다면 개입하기가 쉬웠을 텐데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지 않았기에 엄마가 직접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장애아를 키울 때는 별것 아닌 일로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뒷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의 2~3개월을 지켜봤는데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 B한테 A가 우리 아이와 같이 놀지 말라고 했고 B가 그 얘기를 아이한테 한 모양이다. 드디어 엄마가 나서도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장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동안의 일도 언급했다. 선생님은 A의 행동을 이미 알고 계셨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단다. 선생님은 다음 날 바로 A가 아이한테 사과하도록 하고 A의 엄마한테도 이야기를 전달하셨다. 그리고 학년이 끝날 때까지 둘의 자리를 멀리 떨어트려 놓았다. 


이후로 나는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담임선생님께 부탁을 해서 A와 같은 반이 되지 않게 하고 있다.  중학교에 가서도 계속 떨어트려 놓을 생각이다. 장애아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문제의 원인과 분리될 수 있도록 엄마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장애가 있건 없건 왜소하거나 조용하고 순한 성격의 아이들은 친구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아이의 학교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잘 대처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염두하면 된다. 첫째, 문제가 생기면 항상 엄마한테 이야기하게 한다. 둘째, 아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조언을 한다. 셋째, 혼자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는 엄마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이 세 가지를 지킨 덕분에 걱정 가득했던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은 무난하게 잘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 남은 1년 반을 보내면 중학생이 되는데 그때는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잘 헤쳐 왔듯이 우리 모자는 앞으로도 잘해나가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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