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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Jun 24. 2021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멀어지기

지금 여기, 현재의 우리

저에게는 커다란 걱정 주머니가 있습니다. 원래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어느새 마음의 방에 떡하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네요. 웬만하면 그 주머니를 열어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꽉 묶어 놓은 입구가 마음대로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주머니 속의 많은 걱정들이 튀어나와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마음의 방을 점령하곤 하지요.


저는 세상에 무서운 게 별로 없는 사람입니다. 타고난 근자감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걱정 주머니가 있냐고요? 대부분 사람에겐 크기와 무게에 상관없이 걱정 주머니가 있습니다.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도 더러 있고요. 저의 걱정은 온통 둘째 아들을 향해 있습니다.      


다 큰 아이가 흔들흔들 휘청거리며 걷습니다. 그걸 보는 저는 넘어지지 않을까 어디에 부딪히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발이 안으로 돌아가고 뒤꿈치도 들립니다. 계속 그리 걷다가 발목이나 무릎, 허리가 아프지는 않을지 나중에 못 걷는 건 아닐지 불안합니다. 또래보다 키가 많이 작고 말라서 친구들이 혹여 함부로 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읽고 쓰기와 셈이 느리고 서툴러 어디 가서 사기를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 또 걱정입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일본 사람이 쓴 책의 제목입니다. 정말 아들을 실컷 걱정하고 나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을 텐데 말이죠. 신기한 것은 걱정을 하면 걱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커지고 다양해진다는 겁니다. 한 가지 걱정은 그와 연관된 또 다른 걱정을 낳고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두렵고 불안해지죠.


저의 걱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위에 나열한 것만 해도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이 더 큽니다. 이 걱정들 중에서 친구들이 아들과 안 놀려고 하거나 함부로 하는 친구가 종종 있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전혀 일어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아직 벌어지지 않았고 지금 걱정해봐야 쓸데없다는 걸 알면서도 걱정 주머니를 아예 갖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걱정을 하는 것은 우리 뇌의 생리입니다. 뇌에 어떤 정보가 들어오면 가장 바깥에 있는 뇌인 대뇌피질(생각 뇌)에서 판단을 합니다. 그리고 걱정 뇌 아래에 위치한 감정 뇌에서 걱정과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이 생겨납니다.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면 감정 뇌가 별다른 반응을 안 하지만 생각 뇌에서 '이건 정말 큰 일이야. 심각해'라고 판단을 내리면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발생하는 거죠. 


한동안은 이 걱정 주머니를 없애려고 노력도 해보았습니다. 의식적으로 좋은 생각만 하려 하고 아이를 보고도 걱정이 떠오르면 다른 생각을 하거나 '괜찮아~그런 일은 안 생길 거야'라며 스스로 안심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근본적인 불안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걸 없는 척, 모르는 척하는 게 답은 아니었습니다.      


걱정으로부터 멀어지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제가 찾은 답은 바로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말은 참 쉽지만 가장 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 뇌는 끊임없이 과거의 일을 불러오고 미래의 일을 상상하기 때문이지요. 둘째를 낳고 나서 숱하게 마음고생한 과거의 일들, 성인이 되어 장애인으로서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갈까 하는 미래의 고민이 끊이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나, 우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면 할수록 쓸데없는 걱정은 점차 소멸이 됩니다.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는 가장 좋고 쉬운 방법은 자신의 호흡을 느끼는 겁니다. 저절로 하는 호흡 말고 의식적으로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어 봅니다. 이때 나는 오로지 호흡 속에 존재합니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며 그 순간의 몸의 느낌, 뇌의 느낌에 집중하면 됩니다. 호흡이 깊어지면 호흡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바라봅니다. 또 다른 자아가 나를 관찰하듯이 바라보면 내면의 눈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우리 뇌 속에서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 걱정, 잡념들이 일어납니다. 그것들을 억누르고 없앨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불필요한 걱정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차분하게 호흡을 해서 지금 여기에 집중하면 그것들에 빠지지 않습니다. 사랑을 못 받은 아이가 관심받기 위해 미운 짓을 하는 것처럼 모르는 척하고 없는 척하면 걱정은 점점 더 커집니다. 주인에게 관심받기 위해서 자기 몸집을 더 크게 부풀리는 거죠.


대부분의 걱정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몸집을 부풀리기 전에 알아차리고 호흡으로 다스려주면 금세 얌전해집니다.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해지는 놀라운 경험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자, 지금 바로 눈을 감고 5초간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5초간 천천히 내뱉어 봅니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올해 안에 발간하는 것이 목표인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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