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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Jun 25. 2021

콤플렉스와 자신감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얼마 전 둘째의 줌 수업이 있던 날, 방에서 판소리 한 자락이 들려왔다. 작년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 다니던 판소리 학원에서 배운 대목이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한테 물어보니 음악 시간에 판소리를 배웠는데 선생님께서 판소리 할 줄 아는 사람을 물으셨고 아이는 손을 번쩍 들고는 시범을 보였다고 한다. 


잘하건 못하건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가 참 귀엽고 대견해서 나는 또 '오버쟁이'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호들갑을 떨며 칭찬을 해주는 나만의 퍼포먼스다. 아이는 자신에게 장애가 있으며 친구들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판소리도 겨우 두 달가량 배웠기에 제대로 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매력을 방출하는 놀라운 녀석이다. 나였다면 아마도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선생님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고 있었으리라. 


아무리 못생긴 사람도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대신 자신감이 있으면 우리는 매력을 느낀다. 학교 다닐 때부터 반에서 가장 키가 컸던 나는 남편보다도 키가 크다. 부모님과 언니들도 키가 크고 오빠는 키가 195cm에 달한다. 남편을 맨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키 작은 남자는 처음 봐서 너무나 신기했다. 첫 만남이라고 굽이 높은 힐까지 신고 갔으니 남편이 얼마나 작아 보였겠는가.


그런데 이 남자, 어딘가 묘했다.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치고 작은 체구지만 근육질 몸에 카리스마까지 느껴졌다. 키가 큰 여자가 옆에 있어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가는 사람이 많은 영등포 거리에서 나를 에스코트해 주었다. 키가 크고 안경을 쓴 지적이고 눈이 예쁜 남자가 이상형이었던 나는, 나보다 작고 얼굴에서 눈이 제일 안 예쁜 시력 좋은 남자한테 완전히 반해버렸다. 당시에는 어려서 근육질도 싫어했기에 이상형과 완전히 반대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만약 남편한테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대학교 1학년,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때라 아마 밥만 먹고 바로 헤어지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 내가 얼마나 도도했는지 남편은 내가 재벌 2세나 이웃나라 공주쯤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살아보니 남편의 자신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자칫하면 자만심에 빠질 수 있는데 이 남자는 겸손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미덕까지 갖추었다. 어쩌다 보니 남편 자랑처럼 되어 버렸지만 요지는 콤플렉스가 얼마나 해로운지에 있다. 작은 키에 찢어지게 가난한 집, 콤플렉스 덩어리가 되어도 수긍이 갈만한 상황이다. 결혼한다고 부모님께 소개했을 때는 키가 작다, 홀어머니에 시누이가 3명이다, 아홉수라 안된다면서 맘에 안 들어하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건 불도저처럼 밀고 가기에 내가 원하던 해, 원하던 달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모든 조건이 좋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큰 아들과 모든 조건이 안 좋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둘째 아들을 낳았다. 큰아들은 나를 닮아 키가 크고 덩치도 좋고 얼굴이 꽤 잘생겼다. 머리도 굉장히 좋은 아이다. 하지만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 좋은 환경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을 못하고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반면 또래 평균 키보다 20cm나 작은 둘째는 장애가 있어서 잘 걷지도 못하고 인지 능력도 떨어지는데 콤플렉스가 없고 자신감이 넘친다. 같은 형제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도 신기하다.          



콤플렉스와 자신감 사이의 거리는 양면 색종이와 같다. 누구든 종이 뒤집듯 콤플렉스를 가질 수도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종이를 뒤집는 일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에게는 꽤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자신감이 넘칠까?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남편과 둘째 아들은 자신을 무척 사랑하지만 큰 아들은 그게 부족하다. 나 역시 그랬지만 점차 나를 사랑하는 법을 깨닫고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자신을 사랑하면 내가 가진 것이 없거나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콤플렉스는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키가 작은 사람은 키 큰 사람이 될 수 없는데 그걸 바라니까 키가 큰 사람을 부러워하고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가 없다.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가져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둘째 아들을 보면서 삶의 진리를 배우고 깨우친다. 장애가 있으면서도 항상 밝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엄마가 안아주기만 해도 아빠가 사소한 장난만 쳐도 좋아하는 제육볶음 하나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는다. 어릴 적부터 남이 가진 걸 부러워하고 남보다 뛰어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해도 행복하지 않았던 나와는 너무도 다른, 참 대단한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욕심과 콤플렉스가 참 많았었다. 자신감보다는 자만심이 강했고 콤플렉스가 없는 척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남을 부러워하지 않으며 나의 장점들을 계속 칭찬해주면서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자신감, 나를 믿는 마음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올해 안에 발간하는 것이 목표인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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