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류작가 강은영 Jun 27. 2021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5학년인 둘째의 반에는 현우라는 친구가 있다. 고작 일주일에 두 번 등교를 하지만 어느새 친해졌는지 같이 하교하고는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이가 집에 늦게 오는 것이다. 이유를 묻자 현우가 온라인 학습이나 숙제를 안 해와서 남아서 하느라 기다렸다가 같이 온단다. 그래서 현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숙제도 안 하고 장난만 치는 개구쟁이인 줄로만 알았다.


현우가 우리 집에 처음 놀러 온 것은 약 한 달 전이다. 친구들과 밖에서 놀던 아이가 친구 네 명을 이끌고 집에 온 것이다. 우리 집에는 친구 초대 시 규칙이 있다. 아들만 둘을 키우고 있어서 남자아이들이 모이면 얼마나 시끄럽고 아랫집에 민망한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기에 두 명까지만 집에 데려올 수 있다. 그런데 네 명이라니! 전화로 물으면 허락을 안 할걸 알고 그냥 쳐들어온 것이다. 이 귀여운 녀석!


막상 집에 온 꼬마 손님들을 돌려보낼 수 없어서 들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방 하나에 몰아넣었다. 간식을 챙겨주고 나오면서 나는 현관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우리 가족의 신발 몇 켤레와 손님들의 신발이 아주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었다. 둘째가 종종 신발 정리를 하곤 하지만 친구들을 끌고 온 이상 흥분 상태라서 쉽지 않았을 터. 얼른 사진을 찍어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얘들아, 이것 좀 봐! 누가 신발 정리한 거야?"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현우요"         


너무 대견하고 고마워서 칭찬을 해주고 남편한테도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남편은 더 놀라운 얘기를 들려주었다. 처음 들어오자마자 우리 집에 자주 왔던 한 친구가 큰 소리로 말하자, 현우가 "쉿! 남의 집에 왔으니까 목소리 낮춰"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나 원래 목소리 커"라고 들은 채 만채 했지만 남편은 놀랍고 신기해서 현우한테 이름과 형제 관계를 물었단다. 그러자 두 손을 모으고 한 발 가까이 다가오더니 공손하지만 당당한 자세로 대답하더란다.


남편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 둘은 동시에 감탄했다.

"와! 이런 애는 처음 봤네"

그러고 보니 간식을 주려고 방에 들어갔을 때 "안녕하세요"라며 또 인사하고 "간식 먹어"라고 하자 유일하게 현우만 "와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중 3인 큰아들은 어릴 적부터 친구가 많고 놀기를 좋아해서 집에 수많은 남자아이들을 데리고 왔었다. 그래서 세명 이상 초대 금지 규칙도 생긴 거다. 그런데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신발 정리를 하고 감사의 인사를 잘하는 아이는 지금껏 현우밖에 없었다. 어제도 집에 놀러 온 현우는 또 신발 정리를 하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지난주에 둘째 생일파티에서도 보니 항상 친구들을 칭찬해주고 단점도 좋은 쪽으로 말할 줄 아는 아이였다. 교육을 잘 받은 건지 타고난 건지 알 수 없으나 성품이 바른 아이임에 틀림없다. 엄마가 직장에 다녀서 온라인 학습이나 숙제는 자주 빼먹는 것 같다. 5학년 정도면 스스로 할 수 있는데 공부를 좋아하거나 잘하는 아이는 아닌가 보다. 


대게 엄마들은 고학년 자녀가 새 친구를 사귀면 "공부는 잘하니?"라고 물어보곤 한다. 공부를 잘하면 배울 점이 많고 우리 아이도 덩달아 공부를 잘하게 될 것 같아서겠지. 나는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거나 집에 데려오면 말이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 예절 바르고 밝은 친구라면 "그 친구 참 괜찮더라"며 칭찬해주고 집에 오면 세심하게 신경 써준다. 마음이 더 간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예의가 바르고 방에서 조용히 놀며 감사의 인사를 계속하는 현우가 집에 오면 유난히 더 반갑다. 그리고 잘해주려고 노력한다. 이리 배울 점이 많은 아이가 둘째와 오랫동안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를 바라 서다. 이미 영향을 받고 있는지 처음 현우가 다녀간 이후로 둘째가 신발 정리를 전보다 더 자주 하고는 있다. 또 현우에게 "너 진짜 대단해! 배울 점이 참 많아"라며 좋은 말도 들려준다. 

유유상종, 비슷한 것들끼리 어울린다는데 좋은 사람 옆에 좋은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한 이치와 같다. 현우도 많이 부족하지만 항상 밝고 인사를 잘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둘째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어제는 5시간 넘도록 둘이서만 놀더니 서로 공감대가 많다며 웃었다. 나의 바람대로 더욱 친해진 것 같다.    


현우라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말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사람이 아무리 인사를 잘하고 좋은 말을 하려고 해도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말로 안 나오고 오래 지속하기도 힘들다.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는 너무 흔한 인사말이지만 진심을 담아 말한다면, 한 사람의 성품을 드러내고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의 언어임에 틀림없다.


구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올해 안에 발간하는 것이 목표인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콤플렉스와 자신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