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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Jul 08. 2021

노력의 배신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배우지 않아도 노래를 잘 부르고 그림을 잘 그리고 요리나 운동을 잘하는 등의 탤런트를 가진 사람들을 볼 때면 부럽기도 하다. 특히 예술적인 영역은 타고난 재능 없이는 취미 수준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정말 적은 노력에도 뛰어난 결과를 내는 것일까? 타고난 재능과 노력 중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가수 박효신은 어릴 적부터 노래를 잘하는 천재였다. 중학생 때 이미 각종 노래 경연대회에 나가 수상을 휩쓸었고 고등학생 때 가수로 데뷔를 했다. 신인 때부터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완성형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그의 목소리는 몇 년 전부터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힘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라면 지금은 부드러움 속에 힘이 느껴진달까.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목소리를 버리고 전혀 새로운 창법을 시도하여 한층 뛰어난 보컬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는 여전히 하루에 몇 시간씩 노래를 부르고 한 곡을 녹음하기 위해 수천번을 연습한다는 소문난 연습벌레이다.


박효신은 노력형 천재이다. 타고난 천재인데 엄청난 노력까지 하니 점점 발전하고 있다. 아마도 그래서 내가 단순히 가수가 아닌 인간 박효신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천재는 분명 평범한 사람에 비해 적은 노력에도 좋은 성과를 내겠지만 노력 없는 천재는 오래가지 못한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 과연 진짜 내 것일까?


사람들은 노력 없이 쉽게 얻으려고 한다. 뛰어나거나 대단한 사람을 보면 타고난 거라며 그들의 노력을 은근슬쩍 폄하하기도 한다. 나는 재능이 뛰어나거나 천재는 아니지만 확실한 노력파이다. 나를 잘 모르는 혹자는 이것저것 잘하는 날 보며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대신 무얼 했다 하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 노력파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노력은 날 배신하지 않았다. 뭘 했다 하면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부터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잘하는 사람을 그대로 따라 한다. 처음엔 모방을 하고 머지않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에너지를 다 쏟아서 최선을 다한다. 하다 못해 수영을 배울 때나 우쿨렐레를 배울 때에도 머릿속에는 계속 그걸 생각하고 틈만 나면 연습을 했다. 그러면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실력이 올라가고 그 반에서 에이스가 된다.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은 없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장애아를 키우면서 노력이 배신하는 처절한 경험을 했다. 근 10년 동안 아이의 재활치료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철저하게 교육을 해왔다. 하루에 몇 군데의 병원이나 치료 센터를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집에서도 운동을 시켰다. 더 잘 걷게 하려고 미국에 가서 거액의 수술도 받을 정도로 간절했으니까. 그렇게 최선을 다하면 머지않아 치료를 그만두고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오래도록 버리지 못했다.


정확하게 만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장애는 아무리 노력해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대신 장애를 갖고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서 살아가는 마인드와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우선임을 깨달았다. 10년의 세월과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였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채로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나는 똑같이, 어쩌면 더 열심히 노력할 것 같다.

               

분명 노력은 나를 배신했다. 10년의 재활치료에도 둘째의 장애는 여전히 존재하고 신체적, 인지적인 문제는 점점 더 커질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장애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장애를 자신의 결점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마음껏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마도 끊임없는 노력이 나의 타고난 재능일지도 모르겠다. 설령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열과 성을 다하면 다른 무언가가 남는다. 10년의 노력이 아이의 장애를 없애주진 못했지만 내게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과 끈기를 주고 자기 확신을 더 키워준 것처럼 말이다. 또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처럼 참고 기다리니 내가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하루하루를 헛되이 흘려보내지 못한다. 결국 노력은 나를 배신한 적이 없었던 거다.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사라사테의 연주를 보고 사람들이 천재적인 연주라고 칭송하자, 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천재? 37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14시간씩 연습했는데 나를 천재라고 부르다니.”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올해 안에 발간하는 것이 목표인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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