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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Jul 21. 2021

한 번도 꾸지 못한 꿈

3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부모님은 평생 따로 사셨는데 아버지는 객지를 떠돌다 어쩌다 한번 집에 들렀기에 어릴 적부터 부정과 사랑을 크게 못 느끼며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는 부녀 관계가 더 서먹서먹해졌다.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떠올릴 추억이 없는 게 서러워 자꾸만 눈물이 났다. 장례식장에서 나보다 생일이 겨우 7개월 빠른 배다른 언니가 아버지를 추모하는 무용을 했다. 사랑을 많이도 받고 자란 너는 가슴이 찢어지겠지. 반면 나는 사랑을 받아보지도 못한 어린 내가 불쌍해서 가슴이 찢어졌다. 어린 나는 나이가 들고 부모가 되어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했는데 끝내 추억 거리 하나, 사랑하는 마음 하나 남겨주지 않은 채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리워할 추억이 없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돌아가시고 나서 단 한 번도 아버지가 그립다거나 꿈에 나타난 적이 없다. 엄마와 언니들의 꿈에는 자주 나타난다는데 어째서 막내딸의 꿈에는 안나타 나시는 걸까? 아직도 증오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셔서일까? 내게는 한 살 많은 배다른 언니와 한 살 어린 배다른 남동생이 있었기에 나이 차가 많은 언니 오빠들보다 훨씬 더 아버지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마 내 마음에 어느 한 자락이라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 마음 한 구석에 커다란 방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막내는 어째서 엄마의 꿈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걸까? 똑같이 생긴 쌍둥이 형의 모습을 하고 나와주어도 될 텐데...


그리운 사람을 꿈에서라도 만나는 것은 어쩌면 하늘의 선물일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여러 번 꿈에서 만난 엄마는 아버지가 생전에 저지른 잘못은 모두 잊어버린 듯 더 그리워하셨다. 꿈에 나타날수록 아버지가 더 생각나고 그립다고 했다. 돌아가시고 나서야 엄마가 안쓰러웠을지 모른다.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꿈속에서 무슨 대화를 하신 건지 아버지를 그토록 미워하던 엄마는 이제 한없이 그리워만 하신다. 


아이를 가슴에 묻은 지 1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긴 세월 동안 내게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아이가 가끔은 원망스러웠다. 너는 정말 환한 빛이 되어 이 세상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좋은 곳으로 간 것일까? 널 이토록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엄마의 꿈에 한 번만이라도 나와주면 안 될까? 한 번도 꾸지 못한 꿈을 오늘만은 꾸어 보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꿈에서라도 널 볼 수 있을까?

너와 눈을 맞추고 

뜨거운 가슴으로 폭 안아주고

마음껏 볼에 뽀뽀를 퍼부어 줄 텐데   

 

마지막 순간까지

널 한 번도 안아주지 못한 

엄마를 원망하고 있을까?

믿고 싶지 않았고 믿을 수 없었기에

차마 갈 수 없었던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가 죽기 전에 딱 한 번만이라도

꿈에 나타나 주길

그래야 너무나 커져버린 그리움과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 대신

큰 사랑을 전해주며 엄마의 향기를 기억하게 할 텐데


그래야 우리가 다른 곳에서 만났을 때

서로를 더 쉽게 알아볼 수 있을 텐데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올해 안에 발간하는 것이 목표인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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