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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홍 Mar 11. 2024

[1년차]6.마음이 초라한 나,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끄적끄적 제약회사 직장인 성장기

시시콜콜 영업부에 있을 때 어떻게 했는지를 쓰는건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열심히 한 직원들도 많았을 거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발로 뛰는 사람들이 많을테니까.


'어제 너무 혼나서 오늘 또 왔습니다'라고 말 할 용기가 넘쳤던 1년차의 나는

뉴스나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 것 처럼 그렇게 엉망인 인간 이하의 사람만 만난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성적이고 학식있고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다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 물을 흐리는 정도랄까...


혹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내면에는 뒤틀리고 감추고 싶은 면모들이 있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모습을 자랑처럼 드러내지는 않으니 생각하는 것 만큼 힘들거나 괴롭지는 않았다.


'갑질'이라 불리는 일을 서슴없이 나한테 요구한 사람도 물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점은,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과 태도에 따라 

똑같은 행위가 '갑질'이 되기도 하고 '호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블라인드에서 '갑질'이라고 종종 올라오는 

의사를 이동할 때 차로 태워주는 것(이라 쓰고 모셔다 드릴까요?라고 물어본다)을 예로 들때


평소에 나를 인간적으로, 예의를 갖춰 대해주던 사람은 내가 퇴근하는 길에 방향이 같았던 어느 날

흔쾌히 '저도 방향이 같은데 같이 가실까요?'라고 물어보게 되었다.

친구나 아는 선배, 후배를 만나고 집에 가는길 방향이 같을 때 돌아가는게 아니라면

내려주겠다는 호의를 배푸는 인간적인 마음이다. 


하지만, 나를 자기보다 한참 밑으로 생각하는게 1km 밖에서도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나좀 어디에 데려다 줘요'라고 

당당하게 요구, 아닌 통보 같은 문자에 나는 어느날 미친척하고 답장을 보냈다. 

"죄송하지만 불가능합니다. 택시 탑승 후 영수증을 사진으로 보내주시면 개인적으로 정산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요구를 받지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거절할 피룡가 있었나 싶다. 

부드럽게 거절하면 되는 건데 어리고, 어리석었다. 


결국 그 시기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내 마음가짐이었다.

나는 평생 영업을 업으로 하려는 목적 보다는 마케팅 업무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분명했고

그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영업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초라해지는 순간들은 어김없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내가 성장하고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며 나를 다독였다. 

나에게 닥치는 모든 일들이 일종의 게임 속의 task 같이 느껴졌다. 

level up을 위한 일종의 단계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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