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영업의 중요성, 그보다 더 중요한 마음
영업부와 같이 일하는 시간들은 뭐랄까 구애와 닮아있었다.
한 사람이 맡고 있는 제품이 여러 개이고, 각 제품별로 PM(Product Manager)가 있다 보니
제한된 call 안에서 얼마큼 내 제품에 대해 얘기를 해주는지가 매우 중요했다.
만약 내 외모가 다른 사람들보다 출중하고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 나는 굳이 열렬히 구애를 하지 않아도 높은 성공률로 연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외모가 매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떨어지는 경우,
나는 내 가치를 설득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내가 맡았던 제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출시된 지 오래된 약이었고,
Generic도 시장에 너무나 많은 약이었으며 한마디로 팔기 어려운 약이었다.
열심히 영업부 앞에서 전략을 얘기하고, 인센티브를 걸고 했지만 모두의 관심을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목이 터져라 매주 주간미팅 때마다 발표하고 논문을 뒤져서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해줘 봤자,
나온 지 20년 된 구닥다리 약에 관심이나 가지겠는가.
그래서 나는 총 7개의 영업소마다 한 명씩만 공략하기로 결심했다.
공략 대상은 그냥 느낌 가는 대로, 나랑 대화가 좀 잘 통하는 것 같고
그냥저냥 영업부 직원으로 편하게 회사를 다니고 싶은 마음보다는 인센티브도 많이 받고,
일에 대한 욕심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 위주였다.
1: 1로 전화를 걸어 나는 크게 두 가지를 얘기했다.
1. 팔기 어려운 약을 잘 파는 게 진짜 영업이다.
나는 지금도 진짜 이렇게 생각한다. 시장에 새로 나온 신약, 누구나 관심을 갖는 약을 잘 파는 건 사실 기본만 해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팔기 어려운 약을 잘 팔기 위해서는 영업사원의 다양한 역량이 요구된다.
2. 나랑 같이 성공 사례를 발굴해서, 사내 상도 타고 인센티브도 받게 내가 도와주겠다.
흔히들 성공 사례나 사내에서 주는 상, 인센티브의 경우에는 신약 런치에 맞춰 신약과 관련된 사례에 더 많이 주리라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성장시키기 어려운 제품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을 때에 대한 인센티브를 만들었다. 동기 부여를 위해서 윗 분들께도 열심히 피력해서 내 제품과 관련된 성공 사례를 선정할 것을 열심히 설득했다.(설득보다는 졸라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지만...)
마지막 마무리는,
같이 잘해 보자, 내가 돕겠다. 였다
애초에 내가 새웠던 7명을 포섭하지는 못했고 3명 정도가 같이 으쌰으쌰 열심히 해 보았다.
그 3명은 목표를 상회해서 달성했고, 성공 사례에 선정되거나 최우수 영업사원 상을 받기도 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들의 성취에 축하를 보내고 함께 기뻐했다.
번외로, 3명의 모습을 보고 다른 영업사원들이 먼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마도 1, 2에 기술한 이성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10년을 일해보고 나니,
결국 마지막 방점을 찍은 건, '같이 잘해보자, 내가 돕겠다'는 나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리 전략적이고 이성적이고 자신의 이익이 먼저인 사람일지라도
결국 인간은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