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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홍 Nov 20. 2024

[5년차]3.첫 해외 학회 출장기

시트콤 같은 에피소드들

조용한 이직을 결심했지만,

연수 대상자에 나를 누락시킨 것이 미안했는지 뭔지 그 해 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해외 학회에 내가 가게 되었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라는 글을 썼던 대리 A와 나, 그리고 '내가 갈 자신 있다'라고 외친

해외 연수 대상자로 선정된 전 PM 이렇게 3명이 함께 가게 되었다.

전 PM과 나는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선정 과정에서 회사에 실망한 것이지 개인적으로 전 PM에게는 감정이 없기 때문에

어쨌거나 처음 가는 해외 출장에 나는 설렜다.


사실 학회장에서 어떤 내용을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학회의 크기와 많은 참가자들에 압도당하기도 하고,

뭐랄까 내가 하는 일이 조금은 중요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학회 출장을 때때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기억에 남는 샌프란시스코 출장에서의 장면은 크게 4가지 정도이다.


1. 농구를 엄청 좋아하는 A의 제안으로 골든스테이트워리어스의 함께 봤다.

내 옆자리에 휠체어를 타고 호흡기를 낀 할아버지가 앉아 정말 열정적으로 농구를 보셨는데

나는 할아버지가 쓰러지실까 봐 경기 내내 불안하면서도, 농구에 대한 열정에 놀랐다.  


2. 같이 자전거를 빌려 금문교를 건넌 장면 : 생각보다 먼 거리라 가다가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3. 너무나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방을 같이 쓰는 선배 (전PM)와

Super Duper 버거를 포장해와 씻지도 않고 각자의 침대 위에 앉아 우걱우걱 먹었다.

내가 기억하는 햄버거 중에 제일 맛있었다.

최근에 서울에 super duper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엄청나게 기대했는데 역시나 그 맛이 아니었다.

아마도 추억을 먹고 맛의 기억이 조작되었던 것이겠지

 

4. 마지막으로 추억의 에피소드는 개인 시간 때 탔던 트램에서 시작된다.  


혼자 트램을 타고 나는 어지간히 신났던 것 같다.

너무 신나 앉은자리에서 발을 구르며 바람을 가르는 트램 안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신발 한 짝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를 어쩌지..? '


트램이 신호에 걸린 순간, 조용히 트램 운전사에게 가서 말했다.

"내가 신발을 떨어뜨려서, 신발을 찾아야 하는데 혹시 지금 내려도 될까?"


트램 기사님이 순간 놀랐지만, 웃으며 말한다.

"그래, 너를 기다려줄게 얼른 찾아와!"


신발을 주운다음에 트램을 다시 못 탈 텐데,

그럼 어디로 뭘 타고 어떻게 가야 하나 조금 고민하고 있었던 찰나에

나를 기다려준다니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길로 내 신발 한 짝을 향해 달려갔다.

신발을 찾아 신은 나는 언덕 위 신호에서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트램을 향해 달렸다.

그러자 트램에 있는 사람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신발을 찾아 신이 달려오는 나에게

빨리 오라며 박수와 손짓을 보냈다.

마치 마라톤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것처럼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사히 신발을 찾아 트램에 돌아온 나는 그렇게 종착역에 내려 기사님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다 큰 어른이 신나서 발을 구르다 신발을 흘리고, 그걸 주워서 트램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라니.

부끄러울 수도 있는데 나는 그냥 그날의 그 순간이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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