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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홍 Nov 26. 2024

[5년차]7.이직 시장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나...

다시 보니 나를 위한 맞춤형 자리로 가기 위한 거였구나...

이직을 준비하면서 나름 야심 차게 5년간에 가까운 나의 회사 생활을 정리하면서 나는 나름 뿌듯함을 느꼈다.

열심히 살았구나.

회사 일을 하면서 대학원 졸업도 했고,

회사에서 프로젝트로 받은 상도 있었고, 담당했던 제품의 성장률도 좋았고,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면서 이래저래 나쁘지 않구나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헤드헌터를 통해서 이직을 하는 것보다는 회사에서 직접 낸 공고를 linked in에서 보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5-6년 전인 그 당시에는 제약업계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헤드헌터를 통해 대부분의 이직이 이뤄졌다.

나는 이름만 들으면 다들 아는 영미계나 유럽계 회사로 이직하고 싶었다.

그런 회사들은 신입 마케터는 뽑지 않기 때문에 경력으로 이식해야헸고 제품군이나 질환군이 내가 원하는 바와 조금은 다를지라도, 회사가 내가 원하는 곳이면 갈 의향이 있었다.


헤드헌터를 통해 내가 원하는 회사에 난 자리에 지원을 해 보았다.

어떤 곳은 면접조차 보지 못 한 경우가 있었다.

대부분 경력직은 해당 position에 적합한 질환군, 유사한 제품을 담당했던,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때문에 내 경력이 그 position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였다.


어쩌다가 미국계 회사의 백신 제품 마케팅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은 잘 본 것 같았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나 말고도 해당 자리에 지원하는 마케터가 많았고, 백신 경험이 있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전형에 합격했다고 전해 들었다.


또 어쩌다 다른 미국계 회사 면접을 보게 되었다. immunology 제품 군이었고 관련된 경험은 없는 나였지만 면접을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 회사는 마케팅이 영업처럼 현장에 많이 나가고 고객과 접점이 많은 곳인데,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것 같은 사람이 할 수 있겠어요?" 라며 매우 고압적인 분위기에서 압박 면접이 이어졌다.

"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 저는 온실 속 잡초처럼 자랐습니다!" 웃으며 대답을 이어갔지만, 나오면서도 생각했다. 나를 뽑을 생각이 별로 없구나.. 하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는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발견했다.

두 번의 면접 이후, 헤드헌터가 피드백을 줬다.

내가 원하는 급의 회사들은, 아예 해당 제품/질환군에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고, 게다가 일본계 회사 출신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 내가 가질 수 없는 부분을 피드백으로 받으니 한없이 나는 작아졌다.


그러다가, 내가 생각지도 않았던 회사 마케팅 자리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내가 원하던 회사 pool에는 없었는데, 헤드헌터가 꼭 한 번 면접을 봐 보라고 해서, 큰 기대 없이 갔다.

그리고, 그 회사로 나는 이직하게 되었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내가 원하는 회사로 최종적으로 가기 위해서 이번 이직은 내가 원하는 회사 레벨이 아니더라도 업무의 scope을 넓히거나, 일본계가 아닌 곳에서의 경험이 필요하겠다는 판단과 더불어 큰 연봉인상률 때문이었다.

이 회사 역시 뽑는 자리의 제품이나 질환 경험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 자리가 요구하는  skill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영업부에서의 종합병원 경험과  마케터로서 경험한 clinic시장, 그리고 특정 clinic과에는 국내사와 co-promotion을 진행했는데 내가 국내사를 관리한 것은 아니지만, 교육을 진행하거나 협업을 경험해 본 것 이런 전반적인 것들이 그 회사에서 뽑는 자리에 꼭 필요한 요소들이었다.


혹여나 이직을 준비하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면, 몇 번의 시도로 상심하지 말기를, 언젠가 본인에게 꼭 맞는 그리고 본인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자리와 만나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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